4월 23일 세계 책의 날, 이날을 맞이하며 책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책 안 읽는 사회?
책 말고도 보고 즐기고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은 시대입니다. 아쉽게도 우리의 하루는 변하지 않고 24시간이고요. 우리의 독서량은 줄어들고 있대요. 문화체육관광부의 2019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종이책 독서율은 2009년 71.7%에서 2019년 52.1%로 지난 10년 사이에 약 20%p 감소했다고 합니다.
책 ‘다시, 책으로‘에는 이런 내용도 있어요. <타임>이 20대 미디어 사용 습관을 조사한 결과, 정보를 얻는 매체를 전환하는 빈도는 시간당 27회,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횟수는 하루 평균 150-190회에 이릅니다. 우리가 보거나 듣는 것에 기울이는 주의의 질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죠. 과다한 정보에 익숙하고, 그래서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추구하는 경향 때문인데요.
이렇게 보면 정말 책이 어려운 시절을 맞이했다는 우려가 절로 드실 거예요. 우리의 주의를 수시로 끌어갈 만큼 강렬한 자극과 수많은 정보가 계속 쏟아져 나오는 시대니까요. 한 책에 머물러 깊이 음미하며 읽고 깊이 생각할 시간을 가지기는 쉽지 않죠.
정말 책은 종말하는 중일까요?
종말이 아닌 변화
그런데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책과 과거의 책은 서로 완전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책은 거북 등딱지, 점토판을 거쳐 두루마리 형태, 복잡한 공정을 거친 동물의 살가죽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지요. 인쇄술이 생기기 전에는 사람의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들어지기도 했고요.
그 물성의 변화에 따라 책이라는 존재가 함의한 바나 그 위상도 제각각 달랐습니다. 시대에 따라 책은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던 것에서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것, 읽어야 하는 것, 살면서 한번쯤은 써 보고 싶은 것, 써 볼 수 있는 것 등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다양해져왔어요.
그러니까, ‘책’은 끊임없이 새롭게 태어나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와 함께해 왔다는 겁니다. 더욱 중요하게는 책을 통해 얻는 우리의 경험도 함께 변화해 왔다는 거고요. 책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미처 실감하지 못했을 뿐, 책의 새로운 미래는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새로운 책의 형태
손안의 서재, 전자책
전자책은 새롭게 태어난 책의 대표적 예시입니다. 다시 2019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자책 연간 독서율은 성인 16.5%, 학생 37.2%로 성인과 학생 모두 증가 추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새로운 매체에 빠르게 반응하는 20~30대의 전자책 독서율은 3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고요.
전자책 단말기 또는 모바일 기기 안에 수천수만 권의 책도 모두 넣어 한 손에 들고 다닐 수 있습니다. 기존 독서 경험을 디지털 환경에서 구현하기 위해 성능과 기능도 꾸준히 업데이트되고요. 이런 편의성과 접근성 덕분인지, 전자책 시장은 폭발적이진 않아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9년 출판산업 실태조사에서 국내 전자책 유통 사업체의 매출 규모로 파악한 결과, 2018년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는 통신사 및 포털사이트 업체의 매출액을 포함하여 최소 3,200~3,500억 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2014년 규모(추정치 약 1,004억 원)와 비교 시 최대 3.5배 성장한 수치죠.
말하는 책, 오디오북
이제 책도 음악처럼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오디오 콘텐츠는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는 추세라고 합니다. 오디오 기반 SNS ‘클럽하우스’ 열풍 이후 최근 떠오르는 오디오 콘텐츠를 주목하기도 했죠. 실로 ‘Video kill the radio stars’라는 노랫말도 옛말이 된 지 오래입니다. 2021년 2월에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도 오디오북 시장 진출을 준비한다고 전해왔는데요.
디지털 환경에서 콘텐츠를 접하는 경험이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책을 스트리밍, 음원 형태 등 더 손쉽게 제작하고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자책을 이용하면 TTS(Text to Speech,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사람의 목소리를 구현하는 시스템) 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고요.
책을 읽기 위해서는 눈으로 읽고 손으로 페이지를 넘겨야 합니다. 하지만 오디오북은 멀티태스킹, 다시 말해 운동을 하거나 이동하면서 또는 작업을 하면서도 책의 내용을 들는 게 가능합니다. 매일 똑같이 오고 가는 출퇴근 길에도, 잠못 이루는 밤에도, 수북이 쌓인 설거지 앞에서도 책의 내용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된 것이죠.
수천수만 권의 책도 한 손에 넣을 수 있는 전자책,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오디오북은 물론 책은 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우리 가까이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원천 IP로 활약해 온 만큼, 책은 오늘날 더 다양한 콘텐츠 형식으로 재탄생하고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 등의 영상 콘텐츠를 통해 우리를 찾아오기도 하고, TV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저자가 직접 나와 책의 내용을 더 쉽고 자세히 풀어주기도 합니다. 심지어 소설부터 에세이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웹툰으로 제작되어 연재되기도 하고요.
새로운 책 읽기
언택트 시대의 북클럽
코로나19 사태 이후 맞이한 언택트 시대에 북클럽은 ‘줌’이나 ‘구글밋’ 같은 화상 채팅 서비스나 ‘클럽하우스’ 같은 핫한 오디오 기반 SNS에 녹아들기도 했습니다. 소설로 많은 사랑을 받은 김영하, 김금희 작가가 직접 온라인 북클럽을 운영하기도 했지요. 북튜브 ‘겨울서점’을 운영하는 김겨울 작가도 리디에서 온라인 북클럽을 열었습니다. (관련 이벤트 페이지 : 겨울서점X리디북스 온라인 북클럽)
이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영상으로, 음성으로 또 텍스트로 직접 만나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인터넷 공간 안에서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문제없고, 심지어 작가와도 직접 만나 책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책덕’이 모이는 곳, 북튜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에서도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북튜브 영상의 섬네일을 보고 있으면 책에 대한 이야기가 이토록 다채로울 수 있는지 놀라실 거예요.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책을 둘러싼 다양한 소품, 공간, 감성까지 책과 관련한 모든 소재가 다뤄지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영상마다 열린 댓글 창은 하나의 주제를 가진 소통의 장이 됩니다. 댓글 창에서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책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한데 모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자신의 의견과 느낌을 나누곤 합니다.
책의 내용 전달보다도 책 자체에 대한 흥미와 호감, 호기심을 돋운다는 점이 북튜브의 큰 매력입니다. 도대체 책이 무엇이기에 거기 모인 사람들은 ‘유튜브’ 같은 영상 매체가 중심이 되는 플랫폼에서조차 글로 이루어진 책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책에 흥미가 없었던 사람에게도 절로 호기심을 돋웁니다.
변화하는 책, 변하지 않는 가치
책이 지금 더 많은 콘텐츠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책 말고도 재미있는 것은 너무 많으니까요. 책보다 훨씬 쉽고 편하게 지식을 요약해 떠먹여 주는 콘텐츠도 있고, 화려한 이미지와 맵고 짠 자극으로 한시도 우리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콘텐츠도 있지요.
이런 시대에 책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우리의 곁에 남아있는 모습은 외려 의아하게 느껴집니다. 다른 매체에 비해 책은 일견 그 매력도 경쟁력도 떨어져 보이니까요. 그런데 지금 책은 우리 곁에 남아있는 정도가 아니라 손만 뻗으면 언제 어디서든 보고 듣고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책이 변화한다는 것보다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책을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우리라는 사실입니다. 끊임없이 책을 변화시키며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것은 우리가 책 읽기의 짜릿하고 달콤한 재미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비 오는 날 찾은 서점의 산뜻한 공기, 미색의 책장을 가를 때 은은히 풍기는 종이 냄새, 어느 밤 침대 위에서 펼친 책에 푹 빠져 맞이한 새벽, 퇴근길 저녁 흔들리는 지하철에 실려 가다가도 문득 이어폰에서 흘러나온 책 속 한 줄의 문장에 가벼워지는 마음. 모두 다른 형태의 책이지만, 책을 통해 얻은 경험의 소중함은 같습니다.
그러니 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계속 변화하겠죠. 책의 형태가 변하고 우리의 경험이 변해도 책이 품고 있는 콘텐츠로서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올 거예요. 앞으로도 책은 변함없이 풍부한 상상력과 깊은 통찰로 우리의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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