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발생 이후 음식을 주제로 한 에세이 출간 종수가 3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어요.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리의 일상 속 가치에 집중하게 된 건데요. 특히 매일 하는 식사가 사람에게 열량 섭취의 기능 그 이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금 주목하게 된 거죠. 힐링 웹툰
*’음식 에세이’ 출간, 3년 만에 최다…마음의 허기 달래는 따뜻한 풍요
웹툰 ‘식사가 필요해’는 식사에 대해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주인공의 만남을 통해 일상의 기쁨을 재발견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스펙터클한 사건 없이도 자꾸만 다음 화를 기다리게 하는 이 이야기의 원동력은 이 소소함을 재발견하는 섬세함에 있지 않을까 하는데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식사일까요? ‘식사가 필요해’를 그리는 담장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미아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식사를 너무 귀찮아해서 군것질로 아무렇게나 배를 채운다는 것만 빼면요. 우연한 계기로, 미아는 자신이 좋아하던 유명 요리 ‘유큐버’* 운하와 동거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식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하는 미아를 식사하게 만들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합니다. 미아는 필사적으로 거절하고요. 식사에 대해 서로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가진 두 사람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식사를 나누는 순간이… 오겠죠?
*유큐버 : 작품 ‘식사가 필요해’ 속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큐브’의 개인 방송 진행자.
Q. 안녕하세요, 작가님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리디북스에서 첫 웹툰 ‘식사가 필요해’로 데뷔한 작가 담장입니다.
Q. ‘식사가 필요해’는 어떤 작품인가요?
‘식사 권장 만화’입니다. ‘식사가 필요해’는 음식이나 먹방을 소재로 한 작품도 아니고, 그렇다고 요리 과정이나 레시피에 집중한 작품도 아니에요. 그보다는 작품 속 주인공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얘넨 이걸 먹는데, 난 오늘 뭐 먹지?” 하고 떠올리실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삶 속의 ‘식사’라는 장면을 한번 짚어주는 작품이에요.
Q. ‘식사’를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자취할 시절, 저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 대부분 식사를 귀찮아하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습니다. 저는 대학교에 다닐 때 처음 자취를 했는데 식사 챙기기가 힘들었어요. 메뉴 정하는 것도 귀찮고, 식사 준비도 힘들고, 음식물 쓰레기에 설거지까지 뒤처리도 힘들잖아요.
그래서 닭 가슴살 아니면 양상추만 주야장천 먹었어요. 최대한 조리할 필요 없는 ‘유사 샐러드’(?)죠. 제 주변 친구들도 이런 말을 자주 했어요. “오늘 배 안 고픈데, 그냥 안 먹을래.”, “오늘 한 끼 먹었어.”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저는 다들 왜 이러고 사는지 탄식했고요. 누군가 식사의 전 과정을 전부 대신해 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식사를 극단적으로 귀찮아하는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에게 식사를 하게 하려는 또 다른 주인공이 나오는 작품을 구상하게 됐어요.
Q. 그러니까요. ‘식사 권장 만화’인데, 주인공 미아는 정말 식사를 극단적으로 안 하는 친구잖아요.
저도 그렇고 제 주변 사람들이 식사를 귀찮아 하는 모습을 ‘미아’에게 극단적인 설정으로 부여했어요. 에너지 바로 끼니를 때우고, 마음이 내킬 때 달콤한 디저트만 먹고 제대로 된 식사는 하지 않는 인물로요. 반면 삶에서 식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하’는 미아를 식사하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요.
사실 ‘식사가 필요해’는 제 졸업 작품이기도 했는데요. 맛있는 요리를 해서 미아를 챙기려고 하는 운하의 모습을 보고, 교수님이 “우리 집에도 운하 한 명 있었으면 좋겠네요.“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이 나요.
Q. 작품 속에 나오는 음식은 어떻게 선정하세요? ‘다시 데운 피자’처럼, 꼭 화려한 음식만 나오는 게 아니라 일상 밀착형 음식들이 많이 나와 더 실감 나요.
‘다시 데운 피자’는 자취인의 현실을 반영한 음식이에요. 그 외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을 받거나 제가 먹고 싶은 음식을 그리기도 하고요. 맛을 묘사하기 어려울 땐 직접 사 먹어보지만, 대부분 보편적인 메뉴를 선정하는 만큼 제 기억을 되살려 보거나 먹방을 찾아보는 편입니다.
또, 작품 속에서 요리하는 과정이 나오진 않지만 레시피도 검색해 봐요. 처음엔 그냥 음식의 외형을 묘사하는 것에만 그쳤는데, 그리다 보니 재료를 알아야 묘사에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미아와 운하에겐
식사가 필요해
Q. 운하에게 식사란 왜 그토록 중요할까요? 힐링 웹툰
운하에게 식사는 음식 섭취 이상으로 소통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부모님이 바쁘셔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는데, 식사 시간만큼은 언제나 함께였거든요. 그래서 가족 식사는 운하가 소중히 여기던 시간이었는데, 어떤 사건을 계기로 가족들과 틀어져서 그 의미를 한 번 잃게 돼요. 하지만 소통 없이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운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요리를 소재로 개인 방송을 하는 얼굴 없는 ‘유큐버’가 되었고요.
운하에게는 식사가 없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식사를 전혀 챙기지 않는 미아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을 거예요. ‘인생에서 식사가 어떻게 없을 수가 있지?’ 하고요. 자신에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건데, 미아는 그것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어쩌면 자신에게는 정말 중요한 식사의 의미를 부정당할 수 없다는 오기 같기도 해요. 하지만 운하는 미아를 통제한다기 보다는 미아가 순조롭게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물이에요.
Q. 식사에 대한 두 사람의 균형잡기가 식사에서 관계로까지 확장이 되는 것 같아요.
결국엔 두 사람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이야기에요. 관계도 식사도 늘 거창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일상에서 챙길 수 있는 만큼, 지치지 않을 만큼 자신의 역량 안에서 꾸준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일상적인 것도 자세히 보면 새로운 것이 있잖아요. 평범한 일상이라도 매일이 똑같지 않고 조금씩 다르죠. 순간의 자극이나 흥미보다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면 미아의 삶이 좀 더 즐거워질 것 같아요.
우리에겐 힐링웹툰
행복이 필요해
Q. 작가님에게 근래 들어 가장 훌륭했던 식사는? 힐링 웹툰
자취할 때 먹은 계란 볶음에 메추리알 장아찌, 샐러드와 국과 밥이요. 제가 좋아하는 반찬을 얼추 제 손으로 만들었거든요. 심지어 버리는 것 없이 깔끔하게 먹고 배도 적당히 불렀어요. 비싼 음식보다도 직접 차려 남김없이 먹는 일이 더 어렵고 의미 깊다고 생각해서요. 스스로를 잘 챙긴 것 같아 뿌듯하더라고요.
Q. 이 작품을 통해 작가님의 식사에도 변화가 찾아왔나요?
한때 식사를 꼭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거든요. 밥 먹는 게 너무 허무하고요. 의미를 모르겠던 때가 있었어요. 사람이 어떻게 삼시 세끼를 먹지, 그것도 평생 동안? 이걸 꼭 해야 하나? 차라리 알약이 나왔으면 좋겠다! 하고요.
문득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전날 뭘 먹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나더라고요. 식사라는 게 제게는 짐 같은 존재였는데, 어느 날 친구와 대화하며 밥을 먹다가 식사가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매일매일 이렇게 식사하면 즐거울 것 같아요.
‘식사가 필요해’의 이야기를 짜면서도 식사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이제는 과제처럼 느껴지던 부담을 내려놓고 무엇을 먹을지 조금 더 기대감을 가져보게 됐고요.
Q. 특히 어떤 분들께 ‘식사가 필요해’의 이야기가 가닿았으면 하시나요?
하루에 한 끼 겨우 드시는 분들이요. 아무래도 영감을 거기서 얻었으니까요. 이야기를 재미있게 즐겨 주시고, 거기에서 유쾌함과 귀여움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식사 장면을 보면서 “나는 오늘 뭐 먹지?” 하는 질문을 떠올리신다면 좋겠어요. 끼니를 거르지 않게 해 주는 하나의 장치가 되고 싶어요.
Q. 웹툰 ‘식사가 필요해’를 즐겁게 읽고 계신 독자님들께 한 마디를 남겨 주신다면?
식사는 하셨을까요? 어제 무엇을 드셨는지 기억하고 계실까요.
언제나 보람찬 식사 시간 보내시길 바라며, 앞으로도 더 재밌는 만화를 그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나, 음식도 마음의 양식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새삼스럽게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정말 힘들어서 다 놓고 싶은 때에도 따뜻한 식사 한 끼에 몸도 마음도 새로 태어난 듯 가뿐해지는 경험 다들 한 번쯤은 하셨을 거예요. 힐링 웹툰
끼니를 때운다는 것이 종종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일일지는 몰라도, 일평생 모든 끼니를 ‘때우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없었으면 합니다.) 식사는 혼자 할 때도 나 자신을, 함께할 때는 서로를 돌보고 살피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어차피 먹고사는 거, 우리 이왕이면 잘 먹고 잘 살아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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