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의 로맨스 판타지 웹툰 ‘까마귀 공작부인’은 2020년 1등 1억 리디 웹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보석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매력적인 캐릭터 간의 설레는 로맨스를 균형 있게 담아내어 눈길을 끌었고, 특히 현실감 있게 조형된 캐릭터의 매력으로 공모전 심사위원은 물론 리디 고객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는데요.
리디의 로맨스 판타지 웹툰 ‘까마귀 공작부인’을 함께 만드는 ‘딱정벌레'(글), ‘식빵'(그림)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이하 ‘딱정’, ‘식빵’)
판타지 세계 속 현실적 캐릭터
혼기 놓친 괴짜 노처녀, 번듯한 보석상을 운영하는 성공한 보석 감정사.
상반된 인물 소개지만, 둘 다 ‘까마귀 공작부인’의 주인공 ‘멜리사 타니아’라는 한 명의 인물을 묘사하는 말입니다. 멜리사는 ‘크레센도 보석상’을 운영하는 유능한 보석 감정사이지만, 그녀가 사는 아나벨 왕국은 능력을 온전히 인정받기 다소 힘든 사회입니다. 결혼한 귀족 부인의 경제 활동은 금지되고, 여성은 오로지 결혼으로만 자신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곳이거든요.
Q. 로맨스 판타지는 로맨스를 다루는 장르지만 캐릭터의 특징이나 성격, 관계성은 시대 변화나 독자의 요구에 맞춰 변화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특히 멜리사는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여요.
최근 들어 더 많은 인기를 누리는 ‘능력 여주’이면서도 로맨스 판타지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그리 쉽지 않은 ‘일하는 여성’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딱정 : 과거에도 멋있고 능력 있는 여자 주인공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로맨스 판타지 작품 속에서 여성 주인공이 가질 수 있는 프로필이 한정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2010년대 후반부터 점차 다양한 여성 주인공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작품에 수여되는 상이 일종의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멜리사는 2020년에 나타난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더 많은 공감과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어서 큰 상을 받을 수 있었던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고요.
멜리사의 나이는 정확히 서른두 살로 설정했어요. 여성이 출산이나 결혼으로 경력이 가장 많이 단절되는 나이가 바로 30대 초반이라고 하더군요. 우리 사회가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아직은 여성의 나이에 대한 편견도 있고요.
로맨스 판타지 작품이지만 현실적인 요소를 반영해 작품의 캐릭터를 잡았어요. 이 장르는 아무래도 여성 독자분들이 많이 보실 테니까 직장인 여성이 가질 수 있는 고충에 대해서 반영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고요.
사실 저도 ‘황녀님’이나 ‘공주님’, 또는 ‘공작가 악역 영애’가 되었다는 설정의 작품을 정말 좋아해요. 초반부터 톡 쏘는 ‘사이다’ 같죠. 멜리사는 침착하고 잘 휘둘리지 않는 캐릭터지만 그렇다고 아주 사이다 같진 않아요. 그건 제가 의도했던 직업인으로서의 고충을 살리기엔 어려울 것 같았거든요.
Q. 멜리사의 전문성이 더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묘사나 연출 면에서 특히 고려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10화에서 침착한 표정으로 블랙 오팔의 광채를 되찾아 주기 위한 작업에 돌입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는데요.
식빵 : 멜리사를 포함해 각 캐릭터마다 가진 버릇, 잘 짓는 표정 등을 설정해 두었어요. 예를 들어, 멜리사는 일할 때 감정을 절제하는 편이라서 거의 늘 침착한 표정으로 그리고 있어요. 탐정물 주인공처럼요.
딱정 : 그리고 자세에서도 차이가 있어요. 멜리사는 주로 당당하고 꼿꼿하게 서 있어요. 왜냐하면 자신보다 체구가 큰 남성이 많은 직업 세계에서 활동을 오래 해 왔던 만큼 위축되지 않으려는 버릇이 있을 거라고 설정했거든요.
반대로 남자 주인공 루이스는 체격이 크고 공작이라는 높은 지위도 가진 인물이죠. 그래서 특히 여성을 대할 때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동작을 크게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화할 때도 앉아서 얘기하는 장면이 많이 나와요. 상대의 눈을 보고 얘기할 수 있도록이요.
Q. 작품 속 인물을 통해 독자들이 어떤 것을 느꼈으면 하시나요?
딱정 : 비록 웹툰이 여가 시간에 가볍게 소모하는 콘텐츠의 대표격이라지만, 꿋꿋하게 사건을 헤쳐 나가는 멜리사의 모습을 통해서 독자분들이 위로나 힐링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작중 인물인 아세린느 공녀, 기젤라 백작 부인이 멜리사와 보여주는 유대나 공감대도 그런 맥락에서 넣었습니다.
보석처럼 희소한 작품 ‘까마귀 공작부인’
Q. 여자 주인공 멜리사의 직업이 ‘보석 감정사’예요. 흔히 보석과 관련해 상상할 수 있는 직업은 보석 상인이나 수집가, 주얼리 디자이너 정도일 것 같은데, ‘보석 감정사’라는 낯선 직업은 어떻게 설정하게 되셨나요?
딱정 : 관련업에 종사하시는 지인이 있는데요. 취재 차 가게에 갔다가 힌트를 얻었어요. 그분은 보통 해외에서 보석을 사 오시거든요. 수입한 보석들 중에는 진품도 있지만, 악의적으로 가짜를 섞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직접 진품과 가품을 구분하는 방법을 보여주셨어요. 진품과 비교해 가품의 단서를 찾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더군요. 이걸 작품에 반영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한 보석 수집가나 주얼리 디자이너가 아닌 보석 감정사 이야기로 가닥을 잡았죠.
Q. 에메랄드, 오팔 등 작품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중심에 보석이 있어요. 보석을 둘러싼 이야기는 물론 관련 지식도 흥미롭습니다. 작품 속에서 보석을 다룰 때 가장 유의하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딱정 :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겁지 않게 완급 조절을 하는 부분이 아닐까 해요. 지나치게 전문적인 내용으로 구성해서 설명을 많이 넣게 되면 재미가 없고, 너무 가볍게만 다뤄도 작품의 특색이 사라지니까요. 또, 그 사이에서 보석만이 가진 특징이나 매력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의도하신 대로 보석의 매력이 작화로도 잘 드러나요. 일례로 11화에는 블랙 오팔이 나오는데요. 실제처럼 묘사했다는 댓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식빵: 화려한 것도 화려한 건데 마냥 예쁘게만 그린다고 해서 보석이 완성되는 건 아니라서요. 빛이 비출 때 나타나는 빛깔 등 보석만의 특징을 살리려고 특히 신경 써요.
실제 보석처럼 묘사했다는 댓글이 달릴 수 있는 건 역시 사진 참고와 자료 조사를 많이 하는 덕분인 것 같아요. 딱정벌레 작가님이 작품 속에서 묘사할 보석의 사진을 공유해 주시거나,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묘사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세요.
사실 이 오팔을 묘사할 때의 에피소드가 있어요. 오팔이 빛을 받으면 그 빛이 다양한 빛깔로 산란하는데요. 대체로 오팔에 떠오르는 빛깔의 희귀성에 따라서 붉은색이 풍부하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값이 높아지고, 반면에 녹색 빛이 돌면 비교적 그 값이 저렴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제가 블랙 오팔을 처음 그릴 때는 그 사실을 모르고 무심코 녹색으로 덮었는데, 방금 말씀드린 오팔의 빛깔에 대한 설명을 딱정벌레 작가님께 듣고 새롭게 수정을 했죠. 사진을 보고 그리더라도 공부도 하고 지식을 알고서 특징을 살려 보석을 그려야 된다는 걸 배웠어요. 지금은 보석을 그릴 때 빛이 어디로 들어와서 어떻게 산란을 하는지, 또 보석의 크기도 신경을 써요.
협업의 기술 웹툰 공모전
Q. 두 작가님은 ‘까마귀 공작부인’ 에서 각각 글(딱정벌레 작가님), 그림(식빵 작가님)을 맡고 계세요. 이 작품 전에 어떤 경험을 쌓아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딱정 : 저는 2015년도에 일상 개그 4컷 만화로 데뷔했어요. 이후 BL 장르의 웹툰 두 작품을 진행했고, ‘여왕의 나라’라는 작품으로 저스툰 웹툰 공모전 대상을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여성이 주연인 작품을 많이 기획, 제작하면서 로맨스 판타지 창작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감사하게도 리디에서 웹툰 공모전 최우수상을 받아 연재를 하게 됐습니다.
식빵 : 저는 이 작품이 첫 연재작이에요. 그전에는 다른 작품의 밑색 어시스턴트를 하고 있었고요. 그러던 중 딱정벌레 작가님이 제게 먼저 협업 제안을 주셨어요.
사실 협업 제안을 받고서 “놓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사실 저에게 정말 좋은 기회잖아요. 딱정벌레 작가님은 작품을 연재·출간한 적이 있는 기성 작가님이시고, 저는 아직 기성 작가로서 활동한 이력이 없었던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이전에도 종종 여러 작품의 시놉시스를 보여주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딱정벌레 작가님이 조형하는 당당하고 이지적인 여성 캐릭터가 좋았어요.
Q. 두 분이 협업하시는 모습과 과정도 궁금합니다.
딱정 : 글 콘티를 작성하면, 식빵 작가님과 함께 의논하면서 그림 콘티 작업을 합니다. 컷을 배열하면서 대사를 추가하거나 수정하기도 하고요. 스케치, 선화, 채색과 보정 단계 별로 검수를 하고 있어요. 빛 조절이나 말풍선에 들어가는 효과도 의견을 내고요.
식빵 : 딱정벌레 작가님이 구도, 소품 지정, 의상 디자인이나 보석 작화에도 의견과 피드백을 많이 주시는 편이에요.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서로 만나서 의견 교환을 하고, 식사와 산책도 합니다.
Q. 활발한 피드백 교환이 작품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나요?
식빵 : 등장인물 중에서 루이스의 부관인 기사단장 ‘라이언 크림하츠’는 제 의견을 반영해서 캐릭터가 바뀌기도 했어요. 무뚝뚝한 얼음왕자 스타일에서 발랄하고 밝은 성격으로요. 주인공인 멜리사나 루이스는 각각 침착하고 다정한 캐릭터인데, 중간에 발랄한 캐릭터를 넣어서 환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개인적으로도 진중하면서도 발랄한 캐릭터를 좋아하고요.
딱정 : 한 작품을 협업해서 창작하는 여러 작가는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게 결과적으로 작가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라고 생각을 해요. 작업을 하다 보면 그 작업에만 매몰되는 경우가 흔해요.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어진다고 해야 할까요. 이때 협업 파트너는 이 작품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가장 필요한 피드백을 구하기가 가장 수월하고요.
2020년 리디 웹툰 공모전 ‘최우수상’
Q. 늦었지만 2020 리디 웹툰 공모전 ‘최우수상’ 축하드립니다!
혹시, 처음 1화 원고를 확인하셨을 때 “이건 되겠다”라는 예감이 딱 오셨어요?
딱정 : 저는… 네. 1화를 처음 읽었을 때 연출이 너무 좋았어요. 유독 잘 읽히는 웹툰들이 있잖아요. ‘까마귀 공작부인’ 1화도 정말 술술 읽혔거든요. 작화도 너무 좋았어요. 특히 남자 주인공 루이스의 첫 등장 장면. 거기서 “이건 되겠다. 이건 된다.” 그 생각이 들었죠.
식빵 : 저는 내심 작화가 스토리를 잘 못 받쳐주는 건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어요. 처음 웹툰을 그려보는 거라 공모전에 제출하기 전까지 정말 급박하게 수정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공모전 당선되고 나서야 딱정벌레 작가님이 ‘사실 자신이 있었다’라고 얘기를 하셨어요.
ⓒ글 딱정벌레, 그림 식빵/오렌지디
Q. 공모전 수상 비결이 있을까요?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다른 작품과 차별점을 두자고 생각하셨던 포인트가 있으시다면.
딱정 : 보석이 중심 소재인 웹툰이니까, 보석에 대해서는 정말 확실하게 다루자고 생각했어요.
특히 초반 원고와 시놉시스에서 이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작품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즐거운 습관, 이야기를 만드는 일
Q. 작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식빵 : 작품으로 먹고살기?
딱정벌레 : 저도 식빵 작가님이랑 목표가 같네요!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작품 활동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
Q. 그럼 작품을 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다면요?
딱정 : 이 작품을 함께 시작할 때부터 식빵 작가님과 함께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폭력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재미있는 걸 만들어 보자” 라고요.
특정 직업이나 성별,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던 성 정체성 등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희화화하지 말자,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요소에 대해 폭력적인 장면을 넣지 말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사실 작품에 자극적인 요소를 넣는다면 얼마든지 넣을 수 있고, 관심도 많이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해요.
딱정벌레 작가님 작업실 풍경 식빵 작가님 작업실 풍경
Q. 무해하면서 재미있는 작품은 소중하죠. 앞으로도 쭉 작가로서 활동해 주실 거죠?
식빵 : 저는 이 작품을 제작하기 전까진 제가 웹툰 작가가 될 거라고는 생각을 안 해 봤어요. 그런데 이번에 첫 연재를 하면서 “이제 다른 일은 못하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많이 긴장도 하고 실수도 했지만, 딱정벌레 작가님과 함께 이 작품을 만들어 가면서 안정을 찾았어요. 이제는 웹툰을 창작하는 작업 자체가 즐겁게 느껴져요.
딱정 : 저는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 이제 저의 버릇이나 습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버릇이나 습관은 제가 고치려고 해도 고쳐지지 않잖아요. 그리고 작가라는 제 직업을 좋아해요. 이야기를 만드는 일 자체를 좋아하고요.
어렸을 때는 싫어하는 게 많았는데, 고등학교 때 백일장 지도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뭔가를 싫어하는 건 발전적인 동력이 되지 않는다. 뭘 좋아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고, 좋아하는 것을 많이 가지도록 해라.’ 지금도 그 말씀을 새기고 제가 뭘 더 좋아할 수 있을지 찾아보려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다 보니까 원동력이 바닥나지 않는 것 같아요.
부드럽고 포근한 것만이 위로를 가져다주지는 않습니다. 어떤 단단하고 선명한 것들은 우리를 위로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주기도 하지요. ‘까마귀 공작부인’ 속 주인공 멜리사는 그녀가 다루는 견고하고 아름다운 보석처럼 단단하고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둘러싼 편견과 사건을 헤쳐 나갑니다.
인터뷰 내내 선명한 답변을 힘 있게 이어나가는 두 작가님의 모습을 보면서, 이 작품과 캐릭터가 보여주는 당당한 매력의 근원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과 발맞춰 새로운 콘텐츠 경험을 선보이는
리디와 함께할 당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