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 알았던 시체가 관절이 꺾이는 기괴한 소리와 함께 벌떡 일어납니다. 살아있는 시체, 이성이 사라진 식인 괴물, 한번만 물려도 감염되는 전염병, 바로 ‘좀비’죠.
최근 들어 화제를 모으는 좀비물이 있습니다. 바로 만화 ‘좀100’,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좀비버스’ 인데요. ‘좀100’은 인기에 힘입어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확장했고, 예능 ‘좀비버스’는 공개 직후 OTT 주간 순위권에 진입했습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바로 좀비물에 새로운 장르를 결합했다는 데 있습니다. ‘좀100’은 연애나 성장 스토리에 어울릴 법한 청춘이라는 주제를 좀비물에 결합합니다. 한편 ‘좀비버스’는 개성적인 캐릭터와 돌발 상황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 좀비물을 결합했죠.
좀비물, 변화는 곧 생명력
좀비물은 처음 대중 매체에 등장한 20세기 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장르에 손을 뻗는 과감한 도전을 벌여왔습니다. 크고 작은 흥행을 거듭하면서 좀비물은 소수의 마니아가 즐기는 공포의 하위장르에서 존재감 뚜렷한 인기 장르로 격상했죠.
전염병 아포칼립스와 속도감있는 액션을 더한 영화 ‘28주 후’, 도덕적 딜레마를 주요 테마로 띄운 드라마 ‘워킹 데드’, 사극과 결합한 좀비 드라마 ‘킹덤’, 심지어는 좀비와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 ‘웜바디스’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는데요.
영화, 드라마 뿐만 아니라 웹툰·웹소설에도 좀비는 활발히 출몰 중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작품이 쏟아지는 시장인 만큼, 장르 간 기발한 결합과 비틀기로 차별점을 획득하는 전략이 눈에 띄는데요. 웹툰·웹소설에서 좀비물이 어떤 변주를 일으키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요즘 좀비 웹툰, 웹소설은?
좀비에도 ‘급’이 있고 ‘스탯’이 있다
먼저, 장르 간 결합을 통해 기존 좀비물이 품은 호러·액션이 주는 쾌감을 극대화하는 시도가 눈에 띕니다. 판타지 웹소설·웹툰의 인기 하위 장르인 헌터물*과 결합한 작품을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는데요.
*헌터물: 현대에 게이트와 던전이 생기며 괴물이 출몰하자, 초능력이 각성한 인간인 ‘헌터’가 이들을 사냥한다는 내용의 판타지 웹소설·웹툰 하위 장르. 능력에 따라 ‘S급’ 등 등급이 표시되거나, 앞으로의 목표를 지시하는 ‘상태창’이 나오는 등 게임 요소와 결합하는 경우가 많다.
로판 웹소설 ‘아포칼립스의 S급 좀비’는 헌터물과 좀비물, 심지어 로맨스까지 거리가 멀어보이는 세 장르를 절묘하게 섞어냅니다. 주인공 은하는 하급 헌터가 되어 인간과 비슷한 모습의 식인 괴물 ‘좀비’ 사냥으로 생계를 연명하는데요. 어느날 좀비에게 물려 죽음을 기다렸던 은하는 뜻밖에도 자신의 초능력 덕분에 ‘S급 좀비’가 되어버립니다. 좀비 덕분에 제대로 먼치킨*이 된 은하는 시원하게 잠재력을 터뜨리며 좀비와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시작합니다.
*먼치킨: 장르소설, 웹툰, 웹소설 계의 엄친아, 엄친딸 같은 존재. 아주 강한 실력이나 재능을 가진 캐릭터를 뜻한다.
좀비 웹툰, 아포칼립스 말고 시트콤
한편 좀비물에 일상과 개그를 결합한 좀비 시트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웹툰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이하 ‘좀비딸’)과 ‘위아더좀비’ 인데요. 두 작품 모두 좀비 사태가 진압되고 난 이후의 일상을 크고 작은 에피소드로 엮어냅니다.
‘좀비딸’의 주인공은 정부의 사살을 피해 좀비가 된 딸 ‘수아’와 함께 살고자 엉뚱하고 애틋한 노력을 이어나갑니다. 기존 좀비물과 달리 좀비를 무서운 괴물이 아니라 상호 작용하는 새로운 종처럼 다루죠. 또, ‘위아더좀비’는 좀비를 격리해 놓은 초대형 타워를 배경으로, 각자의 사정을 안고 좀비가 우글거리는 타워로 도망쳐 온 인물들이 지지고 볶으며 한 식구가 되는 모습을 그립니다.
주인공들은 분명 절망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에 처해있지만, 작품은 이들의 혼란과 비극에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대신 어설프고 평범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들에게 닥친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귀여운 좌충우돌에 집중하죠. 이들을 보며 웃다 보면, 어느새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물들에게 응원과 공감을 보내게 됩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관용’의 가치, 청년 문제 등 우리가 사는 현실의 문제를 떠올려 보기도 하고요.
팔색조 같은 좀비의 매력
공포물의 하위 장르, 소수 마니아들의 향유물로 출발했던 ‘좀비물’은 서로 다른 장르를 흡수하고 사회를 비추는 등 꾸준히 변화하며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았습니다. 때로는 심장이 쫄깃해지는 공포와 액션으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때로는 유쾌함으로 감싼 사회적 통찰을 선사하기도 하면서요.
이런 팔색조 같은 매력이 바로 좀비물의 꾸준한 인기 비결이 아닐까요. 또 어떤 유연한 상상력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좀비를 탄생시킬지 기대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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