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셜리의 ‘프랑켄슈타인’,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한 번쯤 들어보셨을 이 작품은 모두 18~19세기 유행한 고딕 소설입니다. 중세 대저택·성 등을 배경으로 악마·저주·흡혈귀 같은 초자연적 존재를 즐겨 다루며 공포와 신비를 자아내죠.
특히 여기에 로맨스를 결합한 고딕 로맨스 작품들이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브론테 자매의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지금까지도 유명 뮤지컬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레베카’, ‘오페라의 유령’ 등이 대표적이죠.
21세기의 새로운 고딕 로맨스?
공포를 가미한 요즘 로판 웹소설·웹툰은 고딕 로맨스의 현대적 적용으로도 보이는데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결합을 통해 동시대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면서도, 기존 작품과의 차별점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런 작품들은 대부분 고딕 로맨스가 가진 다음의 특징을 공유합니다. 첫째, 중세풍의 대저택이나 성이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둘째, 그곳에 도사리던 초자연적 존재·살인마 등 공포의 대상이 주인공을 위협, 혹은 매혹합니다. 주인공이 숨겨진 비밀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에서, 오싹하면서도 고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마니아층을 두텁게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진한 고딕 로맨스의 풍미
웹툰 ‘마녀가 사는 섬’, 웹소설 원작 웹툰 ‘마귀’ 는 앞서 소개한 특징을 잘 드러내 고딕 로맨스 특유의 음험하고 고혹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호화롭지만 음침한 비밀을 품은 대저택을 배경으로, 그림자 같은 비밀에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지는 오싹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마녀가 사는 섬’의 주인공은 외딴섬의 대저택에 가정 교사로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그녀의 학생 ‘아일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수상한 일들을 맞닥뜨리며 으스스한 비밀을 파헤치게 되죠. 한편 ‘마귀’의 주인공은 원치 않는 결혼을 피하기 위해 저택 지하실에 숨겨진 마귀를 찾아갑니다. 석관에 잠들어 있던 마귀를 깨워 ‘그 자와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소원을 빌자, 그녀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끔찍한 방법으로 소원이 이뤄지기 시작하죠.
오싹함에 신선함 한 스푼
한편, 기존 고딕 로맨스 요소에 새로운 설정을 더한 작품도 눈길을 끕니다. ‘크툴루 신화’*에 기반한 ‘내게 복종하세요’, 웹툰·웹소설의 인기 설정인 ‘회빙환(회귀·빙의·환생)’을 적용한 ‘괴물 저택의 도련님을 지키는 방법’이 그 예시입니다.
*크툴루 신화 : 20세기 초, 호러·판타지 작가 ’H.P.러브크래프트’의 저작물에 기반해 만들어진 신화 체계. 광대한 우주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공포·무력감의 정서에 기반한 ‘코스믹 호러(cosmic horror)’의 일환.
전통적인 흡혈귀나 유령 대신, 웹툰 ‘내게 복종하세요’의 주인공은 ‘크툴루 신화’에 기반한 초자연적 존재 ‘종말’의 봉인을 풀어버리고 맙니다. 한편 ‘괴물 저택의 도련님을 지키는 방법’은 공포 게임 속 세계로 빙의한다는 설정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중세풍 괴물 저택 배경의 게임 속에 갇힌 주인공과 함께, 독자는 비밀이 가득한 저택 안을 누비며 악령과 괴물에 맞서죠. 웹툰·웹소설의 인기 설정을 적용해, 기존 로판 독자를 낯선 중세풍의 괴물 저택 안으로 자연스레 인도합니다.
시대에 따른 장르의 진화
세대와 매체를 거치며 장르는 계속 결합하고 변화합니다. 위의 사례들처럼 같은 테마와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그 역할과 의미를 다르게 풀어내며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죠. 이는 작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웹툰·웹소설은 우리 시대에 새롭게 태어난 콘텐츠 매체입니다. 다양한 장르와 소재가 결합하고 재조립되는 도전과 실험의 장인 만큼, 이들의 변주를 엿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고딕 로맨스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를 매혹시킬 다양한 장르의 새로운 시도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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