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climate crisis)를 더 이상 막연한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일상에 맞닿은 문제로 체감하고 있죠. 내일 당장 한반도가 잠길 우려를 하지는 않지만, 외출 전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거나 매해 여름 폭우·폭염 예상 기사를 접하는 건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됐으니까요. 과학자들은 인간이 지구 환경에 영향을 미친 지금의 시대를 ‘인류세(Anthropos(인류)+cene(시대))’, 즉 인간이 지구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지질 시대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극심한 기후위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단순히 공상에 불과할까요? 기후위기 디스토피아 작품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살펴보았습니다.
자멸을 부르는 이기심의 위험성
김청귤 작가의 단편 소설 ‘불가사리’는 인간의 이기심이 자연 파괴는 물론 인간 종(種)의 몰락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육지의 상당부가 잠기고, 바닷물에 녹은 빙하 속 바이러스는 끝없이 생존을 위협합니다. 멸종 위기에 놓인 인간은 다른 동물을 이용해 맹목적인 유전자 변형을 거듭하며 신인류까지 만드는데요. 발버둥치면 칠수록 인류의 미래는 생존에 대한 비틀어진 집념에 잠식되는 듯 합니다.
짧은 이야기지만,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와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독자는 “인류가 바다에서 생존해야 할 상황이 오면 어떻게 될까”, “소설이 소설같지 않네요.” 라는 감상평으로 경각심과 위기 의식을 내비쳤습니다.
좌절과 무력감 넘어서기
‘기후 우울증’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2017년 미국 심리학회는 급변하는 기후 앞에서 강한 절망, 무력감 등을 느끼는 ‘기후 우울증’을 우울장애의 일종으로 정의했습니다. 무력감과 두려움은 우리의 노력에 대해 회의하게 만들고, 티끌만한 의욕도 스러지게 만들 수 있죠. 하지만 이런 순간에도 우리 곁의 이야기가 건네는 상상의 힘은 유효합니다.
웹툰 ‘검은 방주’는 망망대해 속에서 ‘약속의 땅’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무력감을 경유해 희망을 찾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거듭되는 기상 이변과 자연 재해로 육지가 사라지고, 군수기업 ‘노스’는 ‘방주’에 난민을 태워 노동력을 착취합니다. 매일같이 잠수부로 노역하던 소녀 ‘킴’은 과거 엄마에게 물려받은 사진 속 ‘약속의 땅’을 찾아 나서려는데요. 존재마저 확신할 수 없는 땅을 찾는 일에 갈등과 불안이 끈질기게 들러붙지만, ‘킴’은 멈추지 않고 나아감으로써 자신과 동료의 마음에 희망을 심어냅니다.
공존의 가치 일깨우기
웹소설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는 위기를 헤쳐나갈 우리 안의 ‘등불’, 즉 이타심과 공존의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무분별한 개발로 자정 능력을 잃은 지구에 수심 3000m 해저기지가 건설되는데요. 치과의사 ‘무현’은 이곳에서 일한 지 닷새만에 기지 안으로 물이 새는 상황을 맞닥뜨려요. 기지는 삽시간에 생존을 위해 서로 총질까지 해대는 생지옥으로 돌변하죠. 누구의 생존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현은 보호자 잃은 동물과 어린이, 구조를 요청하는 낯선 이를 도우려 위험을 무릅씁니다.
여러분이라면 이런 상황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요? 리베카 솔닛의 책 ‘이 폐허를 응시하라’에 따르면, 막연한 편견과는 달리 재난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타심을 발동해 서로를 보살핀다고 합니다. 반면 최악의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은 남들이 야만적으로 행동할 것이므로 자신은 이에 대한 방어 조치를 취한다고 믿는 이들이고요. 두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경계와 의심이 아닌 이타심과 공존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을 보여주죠.
이야기가 우리에게 건네는 것
우리는 왜 거듭해서 디스토피아를 상상하고 그 세계를 헤쳐나가는 인물의 모습을 그려낼까요? 어떤 재미와 감동이 있기에 기꺼이 디스토피아 속으로 빠져드는 걸까요?
모든 것이 수몰된 절망적인 세계 속에서 인물들은 제각기 다른 태도를 취합니다. 공포에 짓눌리거나 이기심을 놓지 못하고 자멸할 위기에 빠지는가 하면,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공존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죠. 이들의 모습은 기후위기 앞의 우리가 스스로에게 건네는 경계와 다짐으로 읽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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