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는 시대”?
최근 어떤 책을 읽으셨나요? 2013년 이후 국내 독서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데요. 「국민 독서실태 조사」(문화체육관광부, 2021)에 따르면, 1년간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성인의 비율은 47.5%에 그쳤습니다.
독서율 감소 현상을 조금 더 뜯어보면,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한 영향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평소 책 읽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성인 중 26.2%가 ‘책 이외의 매체·콘텐츠 이용’을 꼽았고, 학생 중 23.7%가 ‘스마트폰·텔레비전·인터넷·게임 등을 이용해서’라고 응답했거든요.
그러나 낮은 독서율이 무색하게, 책과 독자가 만나는 접점은 오히려 전보다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 책 읽었어?”라는 물음에 “드라마로 봤어.” 혹은 “웹툰으로 봤어.”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게 그리 낯설지 않은데요. 오늘날 책의 역할과 기능이 ‘원작’으로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원작’ 개발하는 출판계
출판계도 책을 본격적인 ‘원작’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극장으로 OTT로 쭉쭉 뻗어나가는 원작 도서의 맹활약에 ‘IP 개발 전문 출판사’ 마저 등장했습니다. 도서 기획 단계부터 영상화를 고려하여 소설을 집필하는 것이죠. 각종 문학상이나 공모전 역시 ‘스토리’ 부문을 별도 신설하고 원작이 될 만한 IP를 경쟁적으로 발굴하는 추세입니다.
최근 출판계의 흐름에 따르면, 책이 더 이상 최종적 형태가 아닌 무한한 확장성을 지닌 시작점으로서 기능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처럼 문학이라는 공통 자산을 매개로 책과 시청각 매체는 긴밀하게 뒤섞이며 적극적으로 상상력을 교환하는데요. 같은 문학작품도 책으로 읽느냐, 웹툰으로 읽느냐, 영화·드라마로 읽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도, 사유하고 표현하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웹툰, 문학을 원작 삼다
문학작품을 원작 삼는 시도는 웹툰 업계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웹툰은 디지털 세대가 친숙하게 향유하는 가장 동시대적인 이야기 매체인데요. 유저가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여 읽는 텍스트 기반 콘텐츠이지만, 그림과 이미지로 감상하는 시각적 매체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책을 감상할 때와는 다른 종류의 사유와 상상이 가능해지죠.
추상적이고 언어 중심적인 문학작품의 서술이 웹툰으로 ‘장면화’되면서 독자는 소설에 부재하는 새로운 정서를 느끼게 됩니다. 행간으로만 존재했던 감각을 구체적인 상황으로 생생하게 접하는가 하면, 소설에 지배적으로 묘사된 분위기를 웹툰의 작화를 통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환기하기도 합니다.
이금이 작가의 청소년소설 원작 웹툰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에 이르는 어둡고 비극적인 시대적 배경을 다뤘습니다.
그러나 이와 대비되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림체로 인해, 신분을 뛰어넘어 운명을 개척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된다는 독자 반응이 다수입니다.
또 다른 소설 원작 웹툰 ‘능소화’는 주인공의 아련하고 서글픈 운명을 붉은 꽃송이로 은유하는데요. 능소화 꽃은 소설에선 글로 묘사되지만, 웹툰에서 그림으로 그려져 그 비유를 감각적으로 극대화합니다.
결국 웹툰은 원작 소설과는 다른 전달 방식을 취하지만, 이야기를 통해 문학작품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새로운 미디어로
계속될 원작의 힘
독서율 감소가 말해주는 건 단지 ‘읽기’의 위기가 아닐 겁니다. 독서가 줄어들고 남은 자리를 무엇이, 어떻게 채우고 있는지가 중요할 텐데요.
어쩌면 우린 전보다 더 많이 ‘읽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을 더 정확하게 인지하고 표현하며 상상하려면 활자와 영상을 아우르는 다각적인 읽기가 필요할 테니까요.
이러한 상황에서 책이 원작으로 더욱더 활발하게 기능하는 현상은 역설적으로 책의 가치를 증명하는데요. 이야기가 품고 있는 문학적 힘은 새롭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어느 때보다 선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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