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F 소설에 찾아온
전례 없던 호황
2022년,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최종 후보에 또 한 번 한국 작가의 작품이 올랐다는 소식이 수많은 기사를 장식했습니다. 주인공은 정보라 작가의 2017년 작 ‘저주토끼’인데요. 한강, 황석영 작가에 이어 한국 작가와 작품이 또 한번 부커상이라는 국제적인 상에 언급되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었지만, 이 소설이 호러와 SF라는 장르적 색채가 짙은 작품이었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입니다. 장르 문학은 문학성이 떨어질 것이란 오래된 오해를 깨고, 당당히 작품성을 인정받은 사건이니까요. SF 소설
특히 최근 몇 년간 한국 SF 소설은 많은 관심과 사랑을 끌어모으며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 신호탄을 쏘아 올린 작품은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인데요. 2020년 들어 서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이 작품은 폭발적 호응을 얻으며 이듬해 누적 20만 부라는 놀라운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실제로 리디의 소설 전체 베스트셀러 100위 중 한국 SF 소설의 2020년 판매액은 2019년과 비교 시 무려 4배로 솟구쳤습니다. 또, 2022년 6월 현재 리디 SF 소설 월간 베스트 순위만 살펴봐도 5위 중 3개 작품이 한국 작가의 소설임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한국 SF 소설의 역사
물론 최근의 붐이 아무 것도 없는 진공 상태에서 갑자기 터져 나온 것은 아니죠. 한국 SF 소설의 계보는 1960년대부터 시작됩니다. 과학 지식과 추리 장르를 빌려 사회를 비판한 문윤성 작가의 ‘완전사회’는 한국 최초 장편 SF 소설로 꼽힙니다. 이후 여러 정치·사회적 위기 속에서 공백기를 거친 한국 SF 소설계에 2000년 이후 배명훈, 김보영 등 2세대 작가들이 등장하는데요. 이들은 치밀한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마니아층을 쌓아왔습니다.
그리고 2010년대 후반부터 현재 등장한 김초엽, 천선란, 심너울 등을 3세대 작가로 구분합니다. 이들은 문학계에 불어온 젊은 작가들의 약진과 그 궤를 같이하는데요. 소외계층, 환경, 차별 등 우리 사회와 밀접한 동시대적 이슈를 수용한 작품들로 한국SF 소설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문윤성 SF 공모전 1회 대상 수상작 최의택 작가의 ‘슈뢰딩거의 아이들’은 가상현실 교육 시스템을 배경으로,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그렸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다루는 모습에 대한 비유로도 읽을 수 있지요. 한편 천선란 작가의 ‘천개의 파랑’은 동물과 로봇, 인간의 종을 넘어선 연대를 그렸고, 김초엽 작가는 ‘지구 끝의 온실’에서 기후 위기와 팬데믹을 다룹니다. 얼핏 보면 가상의 미래나 현실 너머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 현재를 사는 우리가 나누는 고민과 문제의식을 담아낸 것입니다.
한편 심너울 작가의 ‘내 손안의 영웅, 핸디히어로’,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에는 각각 배달 대행 앱을 닮은 초능력 대행 앱과 보청기 기능을 갖추게 된 무선 이어폰이 나옵니다. 가상의 세계와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두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물건을 가지고 취업난과 나이 듦에 대해 다룸으로써 독자를 깊게 몰입시켜요.
원천 IP로 발돋움 sf 소설
최근 몇 년 사이에 SF 문학상도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특히 소설에서 끝나지 않고 원천 IP로 활약할 수 있는 장을 펼치고 있어요. 2020년부터 열린 문윤성 SF 문학상이 그 좋은 예시입니다. 2022년 제3회 문윤성 SF 문학상의 후원사 리디, 쇼박스 등은 수상작의 웹툰화, 영상화를 직접 검토합니다.
한편 대중의 주목을 기폭제 삼아 소설의 영상화까지 연이어 진행 중입니다. 지난 2020년 공개된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 ‘SF8’는 한 편을 제외하고 모두 ‘하얀 까마귀’, ‘증강 콩깍지’, ‘우주인 조안’ 등 한국 SF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습니다. 제목 그대로 여덟 개 단편작 모두 SF 장르로 구성되어 인공지능, 증강현실, 로봇, 게임 등의 소재를 다뤘는데요.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와 풍성한 내용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죠.
앞으로 기대할만한 영상화 예정 소식도 연이어 들려오고 있어요. 리디 오리지널 콘텐츠 ‘우주라이크소설’을 통해 발표한 심너울 작가의 단편 ‘달에서 온 불법체류자’는 리디와 위지윅스튜디오의 MOU를 통해 영상화를 확정했습니다. 김초엽 작가의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도 곧 드라마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고요.
지금, 여기를 새롭게 보는 상상의 힘
심너울 작가는 리디와 함께 한 인터뷰에서 SF의 매력에 대해 아래와 같이 밝혔습니다.
“SF가 광학 현미경 같다고 생각해요. (중략) 세상을 왜곡함으로써 평소에 보기 힘들었거나 당연하게 여겼던 걸 인식하게 하는 도구로서, 유용하고 재밌어요.”
대개 우리는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세계로 떠나고 싶을 때 SF를 찾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곳을 다른 각도에서 새롭게 바라보도록 만드는 장르 역시 SF가 아닐까 합니다. 현실을 떠나 잠시 SF라는 광활하고 새로운 세계를 탐험한 독자는 이야기가 끝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SF를 모험한 독자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전과는 달라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험난한 모험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영웅이 모험을 떠나기 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성장해 있는 것처럼 말이죠.
오늘은 창을 활짝 열고 SF의 세계로 떠나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자료
2023 아작 X 리디 문윤성 SF 문학상 공모
‘SF,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이경희, 구픽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라로 당신을 데려갈게요” 심너울 작가 인터뷰
고객과 발맞춰 새로운 콘텐츠 경험을 선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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