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이슈가 던진
공존의 숙제
몇 년 전 드라마 속 낙마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말을 고의로 넘어뜨려 죽게 한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해당 프로그램 폐지와 처벌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할 정도로 사건이 크게 불거졌고, 결국 드라마 제작진 측은 검찰에 송치되었어요. 이처럼 동물학대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동물 웹툰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면서 제도의 움직임도 나타납니다. 2022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현행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동물에 대한 돌봄 의무를 강화하고 동물학대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동물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정과 고통을 느끼며, 존중받아야 할 생명체라는 인식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일 반복되는 동물 이슈 앞에서 우리는 공존이라는 숙제를 풀고 있습니다. 그 저변에선 동물을 다룬 스토리 콘텐츠가 비옥한 토양을 마련하고 있어요. SBS ‘TV 동물농장’은 20년 넘는 방영 기간 시청자와 함께 울고 웃었죠.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반려견 보호자들의 문제적인 모습을 되돌아보게 했고요. tvN ‘캐나다 체크인’은 해외로 입양된 유기견들의 사연을 조명했습니다.
웹툰에서도 동물을 다룬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는데요. 때론 친근하게, 때론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동물 웹툰’을 통해 다양한 공존의 자세를 살펴보았습니다.
삶을 함께하는
반려의 존재로
반려동물과의 정서적 교류가 보편적 생활 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펫팸족’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 삼는 가구가 늘어났습니다.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한 조사에서 반려동물을 양육한다고 답한 응답자 수는 전체의 25.4%로 나타났는데요.* 국민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입니다.
* 2022년 동물보호복지 국민의식조사, 농림축산식품부
‘애완동물’이란 명칭이 널리 쓰이던 시절엔 동물과 반려한다는 발상이 낯설었지만, 사실 인간과 동물의 호혜적 상호관계는 과거부터 ‘흥부전’이나 ‘은혜 갚은 까치’같은 보은설화로 구전되어왔습니다. 동물은 한번 입은 은혜를 잊지 않으며, 때로 인간보다 더 신통하고 의리 있는 존재라고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반려동물이 가족보다 더 마음 열고 의지하는 상대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요.
웹툰 ‘금복이 이야기’는 이러한 동물보은담의 주제의식을 이어받아 조선시대 선비와 고양이의 반려관계를 그렸습니다. 세상에서 버림받아 오갈 데 없던 고양이 ‘금복이’가 자신을 거둬 사랑으로 돌보는 선비를 만나면서 마음의 벽을 허무는 과정을 그렸어요. 득실을 따지기 이전에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우선하는 반려관계는 오늘날 인간의 도구화된 관계 맺기를 성찰하게 합니다.
동물복지의 현재를
마주하는 용기
‘야생동물 카페’를 들어보셨나요? 미어캣, 라쿤, 사향고양이 등 야생동물을 직접 만지고 먹이를 주는 체험 시설입니다. 하지만 동물을 부적절하게 전시하는 업태가 문제시되면서, 지난해 동물원수족권법과 야생생물법이 개정되었어요. 동물원 및 수족관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뀌었고, 오락이나 흥행을 목적으로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공포·스트레스를 가하는 ‘체험’ 행위 또한 금지되었습니다.
건강하고 지속적인 공존을 위해서는 문제를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웹툰 ‘캔유씨(CanUC)’는 동물의 영혼을 본다는 참신한 설정으로 동물복지의 현주소를 직시하는 작품이에요. 사람으로 인해 고통스럽게 목숨을 잃은 전시동물, 농장동물, 야생동물들의 사연을 고스란히 따라갑니다. 돌고래쇼로 고통받다 숨진 돌고래 영혼, 전염병 때문에 산 채로 땅속에 묻힌 돼지들의 영혼을 만나며 주인공은 간접적으로나마 고통을 함께하고, 구천을 떠돌던 동물 영혼들을 성불시켜줍니다.
이처럼 외면하기 쉬운 고통에 귀 기울이는 이야기를 통해, 동물과 인간의 공존은 더 나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인간중심주의의 함정
무지를 넘어 이해로
똑똑하지 않은 사람을 흔히 ‘새대가리’라는 멸칭으로 이릅니다. 그러나 까마귀과에 속하는 새들은 지능이 매우 높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박쥐는 왠지 무시무시한 흡혈귀일 것 같지만, 몇몇 종을 제외한 대부분은 식물의 꽃가루를 나르는 중요한 일을 한답니다. 학문의 발달로 동물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된 편견은 한 꺼풀 씩 벗겨지고 있습니다.
무지 대신 배움을 택함으로써, 인간은 동물과의 관계를 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웹툰 ‘펭귄의 여름’이 동물의 삶에 다가가는 방식도 마찬가지인데요. 동명 에세이를 각색한 작품으로, 남극에서 펭귄을 연구하는 동물행동학자의 애정 어린 시선을 담았습니다. 펭귄의 생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배움을 얻는 연구자들의 이야기는, 사람 역시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지구를 이루는 하나의 존재에 지나지 않음을 일깨웁니다.
미국 시인 랠프 왈도 에머슨은 “두려움은 무지에서 온다.”라고 말했습니다. 두려움은 ‘타자’와의 공존을 가로막는 주요한 감정인데요. 그렇기에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다른 동물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노력은 공존에 반드시 필요한 자세일 거예요.
동물 웹툰, 더 나은
공존을 고민하다
인류는 동물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지대한 영감을 얻었습니다. 사람이 태어난 해를 상징하는 열두 동물, 십이지신을 떠올려보세요. 용, 해치, 유니콘 같은 상상의 동물은 인간의 염원과 가치관을 반영했습니다. 동물을 매개로 한 속담도 곧잘 쓰이죠.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처럼요. 앞서 살펴본 ‘동물 웹툰’과 같이, 동물은 이야기에 곧잘 등장하는 단골 소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동물은 인간과 함께 지구에 서식하며 실재하는 생명체입니다. 연일 반복되는 동물 이슈 앞에서 우리는 공존이라는 숙제를 풀고 있고요.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양한 시각으로 비춰보고, 공존에 필요한 물음과 마음을 고민함으로써 비로소 우리 앞엔 ‘타자’와 공생할 수 있는 지혜의 문이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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