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용의 해, ‘갑진년’이 밝았습니다. 쥐, 소, 닭, 토끼 등 친숙한 동물로 이뤄진 십이지신 중, 용은 유일한 상상의 동물인데요. 여기서 잠시 머릿속에 용의 모습을 한번 그려 보세요. 그 용은 비를 내려 곡식을 살찌우는 신령스러운 수호신인가요? 혹은 입에서 무섭게 불을 뿜으며 인간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인가요? 우리가 떠올리는 용의 모습은 이처럼 매우 다양한데요.
고대부터 현대에 걸쳐 용은 여러 매체를 통해 즐겨 다뤄져 왔습니다. 시대의 흐름과 사회의 변화, 문화적 배경 등에 따라 용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제왕의 상징, 숭배해야 할 수호신 또는 인간을 해치는 공포의 대상과 같이 다채로운 모습으로 그려졌죠.
이렇게 수많은 용들은 시대의 흐름과 문화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해 왔는데요. 현대의 웹툰·웹소설 속에서도 용은 여전히 맹활약 중입니다. 용이 되고픈 이무기부터 운명적 로맨스를 만드는 반인반용(하프드래곤)까지, 작품 속에서 새롭게 그려진 용을 모아 봤습니다.
용이 되고픈 이무기
옛 지역 민담 중에는 용으로 승천하려는 이무기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인간과 이무기가 어떤 관계를 맺는지가 승천의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인데요. 인간을 괴롭히던 이무기가 응징을 받거나, 인간에게 용으로 인정받지 못해 승천이 좌절되는 식으로요. 이 이야기 속 용은 왕을 은유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왕 역시 백성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당대의 민중의식이 반영된 것이죠.
한편 현대의 웹툰 ‘도롱이’ 속에서 이무기는 다른 상징성을 띱니다. 여기서도 인간의 방해로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등장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인간은 신성한 존재인 이무기를 도축해 약재로 팔아먹기까지 해요. 이 갈등이 지속되며 비를 내려 줄 용이 사라지자 인간 역시 가뭄 등으로 고통을 돌려받게 됩니다. 여기서 이무기나 용은 더이상 왕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기후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지금, 이들의 관계는 마치 회복이 필요한 자연과 우리의 관계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인간과 손잡은 세계관 최강 귀요미 용
그런가 하면, 인간과 손을 잡고 활약을 펼치는 용도 있습니다. 세계관 최강자인 동시에 무시무시한 귀여움을 파이어브레스처럼 뿜어내며 작품 밖 독자의 심장까지 저격하죠. 널리 알려진 캐릭터는 바로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의 ‘투슬리스’입니다. 작품은 오랜 기간 반목해 오던 드래곤과 인간 소년이 서로의 결점을 채워가며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려내요. 투슬리스의 호기심 많은 고양이 같은 모습은 전 세계 덕후들까지 매료시켜 버렸죠.
애니메이션에 ‘투슬리스’가 있다면, 웹툰에는 무시무시한 힘을 품은 아기 용 ‘뮤’가 있습니다. 웹소설 원작 웹툰 ‘흑막 용을 키우게 되었다’의 마스코트인데요. 설정 상, 알에서 부화한 용이 세계에서 제대로 존재하기 위해선 한 인간을 선택해 각인해야 합니다. 졸지에 그의 각인자이자 양육자가 된 주인공 ‘노아’는 용 뮤의 힘을 빌려 얽히고설킨 사건의 실타래를 풀어나가죠. 뮤는 노아와 커플룩을 하고 아기새처럼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가도, 용으로서 초월적 면모를 보여주며 수많은 독자를 제대로 심쿵하게 만들어요.
운명적인 이방인, 용과 인간의 혼혈
흔히 서양 판타지 속 용, 드래곤은 강력하고 포악한 공포의 대상, 영웅이 무찔러야 할 악당으로 다뤄지곤 했습니다. 이처럼 대립 관계인 드래곤과 인간의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용, 혹은 하프드래곤은 신비롭고 희소한 존재인 동시에 어느 집단에도 완벽히 속하지 못하는 고독한 존재로 묘사됩니다.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 ‘계약 결혼일 뿐이었다’ 속 남자 주인공은 용의 피를 타고난 ‘용인’으로, 인간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는 이방인입니다. 주변인들은 그를 용의 광기를 억누르지 못하는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고, 이부 형이자 황제는 이용 가치 높은 희귀한 생물 자원처럼 여기죠. 그러던 중, 그는 자신의 ‘특이함’을 ‘특별함’으로 만드는 운명적인 상대를 만나 비로소 용과 인간의 간극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용은 전세계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발견되며, 오랜 기간 악당부터 수호신까지 다양한 모습과 역할로 우리 곁에서 함께해 왔습니다. 여기엔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 풍요와 번영에 대한 기원 등 인간이 품어 온 다양한 욕구와 염원이 투영되어 있을 겁니다.
2024년은 청룡의 해입니다. 청룡은 네 방위의 수호신인 사신(四神) 중 동쪽의 수호신으로, 특히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주관하는데요. 청룡의 생명력 넘치는 기운처럼, 여러분 모두 풍성한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차오르는 한 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용무늬 벽돌>,국립중앙박물관, 공공누리 제1유형
<백자 청화 구름 용 무늬 항아리>, 국립중앙박물관, 공공누리 제1유형
<구름과 용>, 국립중앙박물관, 공공누리 제1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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