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르륵···
눈치 없이 배꼽시계가 울리네요. 오늘도 어김없이 뭘 먹을지 고민합니다. 어쨌든 뭐라도 먹어야 또 살아갈 테니까요.
최근 주요 편의점의 도시락 매출이 평균 30% 넘게 늘었다고 해요. 외식 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치솟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의점 간편식이 대안으로 떠오른 건데요. 그렇잖아도 바쁜 현대인은 끼니를 대충 때우거나 놓치기 일쑤입니다. 날마다 제대로 된 끼니 챙기기가 마치 해치워야 할 잔업처럼 느껴지기 십상이지요.
그렇지만 가장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즐거움 또한 먹고 마시는 일 아니겠어요? 인간이 얼마큼 먹고 마시는 데 진심인지 알면 알수록 놀라운 경우가 많습니다. 웹툰 ‘맛본 김에 꿀꺽!’ 속 주인공도 오죽하면 자기 신조가 “내일 죽어도 그전에 맛있는 걸 하나라도 더 먹자!”라고 하겠어요. 그러고 보니 맛있는 걸 먹으면 살 만하고, 맛없는 걸로 배 채우면 섭섭해지는 게 우리 인간인 것도 같고요.
먹는 게 왜 그토록 중요할까요? 음식을 주요 소재로 다룬 ‘음식 웹툰’ 속에서 그 힌트를 찾아보았습니다.
‘혼밥’ 하더라도
성의 있는 한 끼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혼밥을 하는 습관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해요. 홀로 식사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부실한 음식으로 끼니를 대충 해결하거나 과식·야식을 하기 쉬운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혼자 먹든 같이 먹든 중요한 건 ‘식사에 대한 성의’라는 거지요.*
거창하고 화려한 음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알차고 성의 있는 식사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음식 웹툰 ‘술 익는 사계절’은 소박하지만 성의 있는 밥상의 힘을 보여줍니다. 30대 프리랜서인 주인공이 어릴 때 살던 시골 빈집에 홀로 이사 오게 되는데요. 이사 와서 가장 처음 마주한 밥상은 제철 봄냉이를 넣고 끓인 ‘냉이 된장국’입니다. 된장국에 무생채 비빔밥을 한 술 뜨고나자 주인공은 비로소 고향에 왔다는 안락함을 온전히 느끼게 되죠. 잘 챙겨 먹은 든든한 한 끼가 사람의 마음에 주는 온기를 깨닫게 되는 대목입니다.
* 부쩍 흔해진 ‘혼밥’…대사증후군·우울에 노쇠 유발도 (뉴스1, 2023-01-18)
함께하는 식사로
관계 돌보기
한편, 함께하는 식사는 관계를 맺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흔히 ‘우리 사이를 계속 이어나가자’고 완곡히 제안할 때 ‘밥 한 끼 하자’는 말로 대신하죠. 국가 지도자들이 벌이는 만찬은 외교의 한 방법이고요. 경조사가 있을 때도 우린 음식을 나눔으로써 함께합니다. 이처럼 서로 연결되고 소속될 때의 안정감은 때로 음식을 통해 채워집니다.
가장 일상적으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들을 우린 ‘식구(食口)’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웹툰 ‘술 익는 사계절’ 속 인물들이 먹거리를 나누고 함께 밥을 지어먹는 모습은 자연스레 ‘식구’를 연상하게 해요. 대개 혈연으로 된 가족을 가리키는 ‘식구’는 공동체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지요.
‘혼밥’이 나 자신과의 관계를 다지는 일이라면, 같이 먹는 밥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가꾸고 보살피는 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의 활기 되살리는
입맛의 소중함
맛있는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살다 보면 배가 고픈데도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먹방이나 쿡방을 봐도 별 감흥이 없겠지요. ‘식욕’이란 게 언뜻 익숙하고 당연해 보이지만 실은 삶의 질과 밀접하다는 걸 우린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 종종 등장하는 ‘입맛 잃은 캐릭터’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최근 흥행한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는 섭식장애로 고통받는 일타강사가 나오죠. 양상은 좀 다르지만 웹툰 ‘맛본 김에 꿀꺽!’에도 마녀의 저주에 걸려 세상 모든 음식을 맛없게 느끼는 남자 주인공이 나옵니다. 두 인물 모두 결국은 진심 어린 음식을 통해 입맛을 되찾는 이야기인데요.
여기서 살아나는 건 단지 식욕만이 아니랍니다. 병든 마음을 꼭 닫고 살던 인물들이 비로소 삶의 활기를 되찾는다는 게 핵심이지요. 인간의 욕망 중 먹는 즐거움만 한 게 또 있을까요. 우리가 ‘맛’의 기쁨을 이야기할 때, 실은 ‘살아있음’의 기쁨을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앞서 살펴본 이야기 작품에 따르면 음식은 단지 영양을 공급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습니다. 삶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가 하면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등 몸과 마음을 모두 채워주는 게 음식이지요. 먹는 게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 삶을 가꾸고 돌보는 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나저나 또다시 배꼽시계가 밥을 보채네요. 자, 그럼 오늘은 무엇을 어떻게 먹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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