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 전광판 광고를 걸고, ‘생카(생일 카페)’를 운영합니다. 아이돌 멤버의 생일을 축하하는 팬덤의 활동이죠. 그런데 이 아이돌에게는 사실 비밀이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다른 몸에 빙의된 상태인 데다, 눈앞엔 다른 멤버의 능력치를 파악할 수 있는 상태창도 보이거든요. 웹툰·웹소설 세계 속에 존재하는 ‘활자돌’, ‘투디돌(2D돌)’ 이야기입니다.
‘활자돌’, ‘투디돌’이 무슨 돌이야?
최근 판타지 웹툰·웹소설에서는 K-POP 아이돌이 주인공인 소위 ‘아이돌물’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때 웹소설에서 글자로 존재하는 아이돌을 ‘활자돌’, 웹툰·만화 등에서 그림으로 존재하는 아이돌을 ‘투디돌(2D돌)’이라고 일컫습니다.
‘아이돌물’은 대체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며 인기 아이돌로 성공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국내 아이돌 문화를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 등 판타지 설정과 결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에요.
‘아이돌물’의 매력
음원을 들을 수도, 콘서트는커녕 티켓팅도 할 수 없는 가상의 아이돌에 독자들이 몰입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실제 작품의 사례를 통해 자세히 뜯어볼게요.
주요 사례로 들 작품은 2023년 3월 연재를 시작한 웹툰 ‘기레기와 함께하는 연예계 생활’(이하 ‘기함연’)입니다.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둔 이 작품은 출간 첫날부터 판타지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고 일주일 만에 2,000여 개 이상의 별점 평가를 기록했습니다.
재능과 열정은 있으나 뜨지 못한 ‘망돌 (망한 아이돌)’이었던 ‘용민’은 어느 날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저승사자는 전산 상의 오류가 있었다며 그를 외모부터 재력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최이안’으로 환생시키는데요. 이안이 된 용민은 또 한 번 아이돌로서의 성공에 도전장을 던집니다.
내 최애의 확실한 ‘성공 보장’
판타지 웹툰·웹소설의 오랜 인기 키워드가 ‘회빙환’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 같은 판타지 설정은 주인공이 아이돌로서 거두는 현실적 성공을 뒷받침합니다. 미래에 벌어질 일을 알고 있거나, ‘상태창’ 등의 초월적 조력자 덕분에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거든요.
독자는 자신의 최애에게 펼쳐진 앞날을 걱정할 필요 없이 그저 마음껏 좋아하고 응원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도덕적 물의를 빚을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요. 설령 가혹한 고난이 들이닥친다 해도, 초월적 조력자와 능력, 열정을 겸비한 주인공이 결국 극복해낼 거라는 확신과 안정감을 느낍니다. 아이돌로 빠르게 성장하는 주인공을 보며 느끼는 ‘사이다’는 덤이죠.
’기함연’에도 이 공식이 적용됩니다. 먼저, 주인공은 전생의 경험을 활용해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합니다. ‘기함연’의 주인공 ‘최이안’에게는 과거 아이돌로 활동하며 축적한 실력과 경험이 남다른 경쟁력으로 작용합니다. 한편 초월적인 조력자를 활용하기도 하죠. 주인공 이안 곁을 따라다니는 정체불명의 영혼 ‘진’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포함해 아이돌 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실제보다 실제 같은 ‘현실 고증’
진짜 그룹 덕질하는 기분임.
격하게 매운 현실맛 아이돌 소설입니다….
작가님 덕질 짬밥이 예사롭지 않아요.
앞서 판타지 설정을 설명해놓고 또 다른 매력은 리얼리티라니, 얼핏 모순처럼 들릴 텐데요. 위 내용은 모두 ‘기함연’ 원작 웹소설의 실제 리뷰입니다. 작품 속에는 최근 몇 년 간 아이돌 데뷔의 등용문으로 자리잡은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더불어 업계의 사건·사고, ‘직캠’, ‘사녹 (사전 녹화)’ 등 아이돌 팬덤의 제반 문화까지 현실적으로 담겨 있거든요.
특히, 이를 둘러싸고 팬덤과 안티가 온라인 (SNS·커뮤니티 게시물, 댓글 등)에서 활발하게 벌이는 활동, 즉 ‘팬 반응’ 역시 실감 나게 묘사됩니다. 팬 반응은 모든 아이돌물을 통틀어 현실감을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예요. 독자는 마치 아이돌의 활동과 이에 대한 팬의 반응을 직접 보며 현실 아이돌을 덕질하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어요.
독자는 실제 아이돌 팬덤과 다름없는 활동을 벌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웹소설 및 웹툰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의 팬들은 실제 아이돌의 팬덤처럼 작중 팬덤명을 자칭하며 멤버들의 생일에 전광판 광고를 걸고 ‘생카’를 운영하기도 할 만큼 작품 속 아이돌에 진심입니다.
현실과 판타지의 시너지
정리하자면 독자의 깊은 몰입을 이끌며 인기를 모으는 ‘아이돌물’의 핵심은 ‘현실과 판타지의 시너지’에 있습니다. 현실 아이돌과 팬덤 문화를 시의성 있게 다뤄 공감을 이끌면서도, 초월적 능력으로 고난을 타파하는 아이돌의 모습이 대리만족을 선사하죠. 웹툰·웹소설에서 그려내는 완벽한 비주얼은 덤이고요.
이처럼 ‘아이돌물’은 마라맛 현실과 달콤한 판타지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기하며, 단순 감상을 넘어 현실 팬덤을 끌어모으는 새로운 유형의 아이돌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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