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사뭇 달라진
영화의 웹툰화
과거, 영화 기반 웹툰은 주로 흥행을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됐습니다. 영상 공개 전 시점에 이야기 일부만을 담아 티저 콘텐츠 등으로 선보인 것인데요. 하지만 최근의 사례는 다릅니다. 웹툰은 더 이상 영상 콘텐츠의 마케팅 수단이나 작품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검증하는 테스트보드가 아닌 독립적인 콘텐츠로 거듭나고 있거든요.
영화 원작 웹툰 ‘승리호’, ‘너의 결혼식’, ‘어쩔꼰대(원작 영화 ‘내안의 그놈’)’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작품들은 영화가 이미 공개된 시점에 이야기의 전체 혹은 더 큰 맥락을 담습니다. 그 점에서 영상에 종속된 콘텐츠로서가 아닌 독립적인 콘텐츠로 다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작품의 발표 시점이나 내용뿐만 아니라, 영화 원작 웹툰을 독립적인 콘텐츠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좋은 각색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원작이 흥행했어도 단순히 매체만 바꿔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는다면 독자 입장에서 흥미를 갖기는 어렵습니다. 매체의 차이와 이야기가 품은 재미를 이해하고, 이에 맞게 새로 창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독립성을 불어넣은 좋은 각색의 예시,
영화 ‘사바하’ 웹툰화
영화 원작 웹툰 ‘사바하’는 작품에 독립성을 불어넣은 좋은 각색의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동명의 원작은 익숙한 오컬트에 낯선 불교 소재를 대입하며 한국 오컬트 무비의 수작으로 자리매김했는데요. 웹툰은 원작이 가진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서로 다른 매체의 차이를 고려한 적극적인 각색을 펼쳤습니다. 영화에서 웹툰으로 스토리의 재미를 온전히 옮겨낸 오컬트 웹툰 ‘사바하’ 각색을 톺아봅니다.
각색 포인트1. 플롯의 전면적 재구성
첫째로, 웹툰은 원작의 플롯을 완전히 재구성했습니다. ‘박 목사’, ‘나한’, ‘금화’ 세 인물의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제시한 원작과는 달리, 웹툰은 주로 박 목사 한 명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끕니다. 입체적이고 복잡한 구성을 조금 더 간결하고 쉽게 재구성한 이유는 웹툰과 영화를 감상하는 방식의 차이에 있습니다.
영화는 입체적이고 복잡한 구성이라도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연결해 보기 때문에, 시간순이 뒤섞이거나 인물 별로 사건이 제시되어도 모두 하나로 연결된 이야기임을 쉽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웹툰은 긴 기간을 두고 짧은 호흡으로 여러번 끊어서 감상하게 되므로, 구성이 입체적일수록 이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색 포인트2. 효율적 인물 배치
둘째로, 웹툰에서는 영화에 있으면서도 없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사슴 동산’과 관련된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자, 박 목사의 추적에 도움을 주는 친누나 ‘박 반장’ 입니다. 박 반장은 원작 상에서 비중이 작았던 두 인물을 하나로 합쳐 탄생했는데요. 박 목사의 조력자로 활약하는 동시에 영화에서는 자세히 풀이되지 않았던 그의 과거사를 드러내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이 변화 역시 웹툰과 영화 감상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합니다. 긴 기간 동안 여러 회차로 나뉜 이야기를 따라가며, 독자는 오랜 시간 이야기의 많은 요소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너무 많은 인물은 독자를 피로하게 만들 수 있지요. 작은 역할을 가진 주변 인물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여러 인물의 역할을 한 인물에게 부여해 보다 중요한 캐릭터로 변모시켰습니다.
각색 포인트3. 시각적 요소 강화
영화는 경전을 속삭이는 소리, 불안감을 조성하는 배경 음악 등 청각적 정보를 장면에 덧씌워 수상하고 음습한 분위기 속으로 관객을 이끌어 갑니다. 사이비 교단인 ‘사슴 동산’이 무언가 수상하고 위험한 일을 꾸미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죠.
반면 웹툰은 청각적 정보 대신, 교단에 속한 두 남자의 목에 새겨진 동일한 문신이나 이름 위에 그어진 붉은 펜 자국과 같은 시각적 정보로 사건을 파악할 힌트를 던집니다. 박 목사가 ‘사슴 동산’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듯, 독자들도 작품 속의 디테일로 사건의 전말을 함께 추리하게 하는 것이죠.
단순히 청각적 정보의 부재를 메꾸는 데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영화 속에서 과도한 CG나 분장은 도리어 감상의 방해요소로 작용해 자칫 관객의 몰입을 깰 수 있지요. 반면 웹툰은 자유로운 표현이 특징이자 장점인 매체입니다. 웹툰 속 비현실적이고 과감한 묘사는 공포·오컬트 작품을 즐기는 데 있어 방해요소가 아닌 몰입을 강화하는 요소가 됩니다.
한계 없이 원천 IP를 끌어 모으는 웹툰
‘사바하’ 웹툰 제작팀은 본격적인 작품 제작에 앞서 각색의 방식을 두고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2화 분량의 콘티를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해, 영화를 보지 않은 독자들에게 제시한 것이죠. 하나는 영화의 내용과 흐름을 고스란히 옮긴 버전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웹툰 매체의 특성에 맞춘 과감한 각색이 들어간 버전이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을 이미 아는 팬뿐만 아니라 작품을 웹툰으로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이야기의 매력이 온전히 전달되는지 검증한 것인데요.
결과적으로 웹툰 ‘사바하’는 이야기의 매력은 온전히 지키면서도 영화와는 또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각색에 대한 깊은 고민은 웹툰 연재 중반부에 이미 1,700개가 넘는 별점과 4.9점의 높은 평점이라는 독자의 응답으로 그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이제 웹툰은 원천 IP로서 활약할 뿐만 아니라, 영화, 일반 소설, 논픽션 등 웹툰 밖의 IP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독자적이고 규모있는 시장으로 성장한 것이죠. 동시에 원작을 둔 웹툰이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콘텐츠로서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영리한 각색을 더욱 고민해야 할 시점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IP가 모여 더욱 풍요로워질 웹툰 생태계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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