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는 의외로 한적하고 고즈넉한 시골입니다. 전원생활의 소박한 정취를 누리며 번잡한 도시 생활에 균형을 주는 라이프스타일, 즉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가 유행이거든요. 귀농·귀촌 트렌드와 달리, 도시인으로 머물되 시골향 생활방식과 여유를 체화하는 것인데요.
‘호캉스’ 대신 ‘촌캉스’, ‘이도향촌’ 대신 ‘오도이촌(일주일 중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촌에서 보내기), 지방에서 한달 살기, 농촌에 머물며 일과 휴식을 겸하는 워케이션 등은 모두 이런 흐름을 반영합니다. 캠핑, 텃밭 가꾸기, 템플스테이 등 자연에서 힐링하는 취미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해외여행 대신 인적 드문 국내 전원 지역으로 떠나는 등 여행 트렌드도 변화했죠. 이제 도시민은 세련된 ‘인스타 핫플’ 보다도 고즈넉한 전원생활로부터 심신의 안식을 기대합니다.
과거와 달라진
시골 이야기
대중매체에서도 시골은 단골 배경입니다. 1980년부터 22년간 방영한 MBC 드라마 ‘전원일기’와 1990년부터 17년간 방영한 KBS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가 대표적인 농촌 드라마의 고전이죠. 그 시절 시골은 주로 익숙하고 일상적인 삶의 터전으로 그려졌어요. 고향을 떠나온 도시민들의 공감과 향수를 건드리는 이야기에 더 가까웠습니다.
최근 공감을 사는 시골 배경 이야기는 양상이 조금 다릅니다. 주로 도시민의 관점으로 시골마을의 생경한 면면을 재발견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요. 유튜브에서 ‘시골 브이로그’가 호응을 얻는가 하면, 드라마 ‘전원일기’가 2030세대의 재조명을 받는 역주행 현상도 있었죠. 2021년 방영한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는 강원도 어촌의 풍경과 공동체를 생생하게 재현하며 흥행했습니다. 이른바 ‘시골 예능’ 역시 ‘삼시세끼’ 시리즈, ‘어쩌다 사장’ 등으로 이어지며 전원생활에 대한 인식을 확장했습니다.
이러한 경향성은 세대의 변화를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농촌 인구가 대거 도시로 이동했고, 2020년 기준 한국의 도시 인구 비율은 전체의 91.8%로 집계됐습니다. 즉, 러스틱 라이프 트렌드의 이면에는 농촌 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가 있습니다.
웹툰에 투영된 러스틱 라이프
요즘 부상하는 대중매체로 웹툰을 빼놓을 수 없을 거예요. 섬이나 농촌 등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한 웹툰의 인기도 러스틱 라이프 트렌드를 반영합니다. 도시에서 접하기 어려운 탁 트인 자연 경관이 만화적으로 표현돼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죠. 마치 낯선 지역을 여행하는 듯한 간접경험도 할 수 있고요. 찰진 사투리 대사나 지역색 뚜렷한 설정에 몰입하다 보면 마치 그곳에 가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농촌을 경험한 적 없는 세대에게 ‘시골 웹툰’은 그 자체로 ‘힐링물’입니다.
그래서인지 도시에 살던 주인공이 우연한 계기로 시골에 던져져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설정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섬마을 배경 웹툰 ‘축제는 이미 시작되었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에서 섬마을로 갑자기 전학오게 된 ‘서라’는 ‘아무것도 없는 깡촌’이 싫다며 우울해하지만, 또래 친구 ‘바다’를 만나 모험과 성장의 동력을 얻게 되죠. 꿈 많은 청소년기의 포부를 펼치기에 섬마을은 언뜻 갑갑하게 비치지만, 아름다운 바닷마을이 주는 위안은 이야기 내내 큰 존재감을 차지합니다.
ⓒ 다랑어(원작 박하민) ·오렌지디
여기에 로맨스까지 더한 경우가 웹툰 ‘어쩌다가 전원일기‘입니다. 낯설고 아름다운 마을에서 펼쳐지는 시골 로맨스는 신선한 감동을 선사하는데요. 서울 수의사 ‘지율’이 조부의 동물병원을 잠시 맡으러 가면서 시골 순경 ‘자영’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웹툰 속 등장인물의 좌충우돌 시골 적응기는 ‘농촌물’의 묘미를 보여주죠. 도시의 편의시설과 문화적 코드에 익숙한 주인공이 시골에 가서 생경하고 낯선 세상을 맞닥뜨릴 때, 이야기는 난관과 재미에 봉착하기 마련입니다. ‘어쩌다가 전원일기’는 웹소설 원작으로, 웹툰을 넘어 드라마로도 제작될 예정입니다.
대중매체 속 시골 서사의 인기는 현대인이 갈구하는 ‘힐링’을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데요. 러스틱 라이프 트렌드는 2020년부터 장기화된 팬데믹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오랜 사회적 단절과 제약으로 지구촌은 몸의 병뿐만 아니라 마음의 병도 얻었어요. 특히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에서 경제적 타격과 고립감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그럼에도 도시를 떠날 수 없는 현대인은 전원 생활의 안식을 소중히 여기고, 도시와 전원 생활 사이 균형을 찾고자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굴해나갑니다.
여러분에게 시골은 어떤 곳인가요?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일 테고, 누군가에겐 옛 추억을 불러오는 곳이며, 누군가에겐 여행지에 불과할 수도 있을 거예요. 무엇이 되었든 상상력을 동원해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탐구해나가는 여정 만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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