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리디 1등 1억 웹툰 공모전 대상 수상작 ‘상화담’을 그린 난로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동양풍 로맨스 판타지 웹툰 ‘상화담’을 연재하게 된 신인 작가 ‘난로’입니다. 난로는 시대물의 아이콘 같은 사물인데요. 제가 시대물을 좋아해서 작가명으로 삼게 되었어요. 2020년 리디 웹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해, 올해 11월부터 첫 장편 웹툰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별개로 리디에서 웹소설 ‘요정의 유산’을 연재 중입니다.
공모전 대상작으로
첫 장편 웹툰 데뷔
용의 수호를 받아 세워진 대연 제국, 황제가 딸처럼 여기는 조카 ‘사비’는 공신 가문의 ‘유수’와 오랜 단짝 친구로 지내왔습니다. 사비는 열다섯 살이 된 계례날, 짝사랑하던 ‘유수’에게 혼인을 청하려 합니다. 하지만 황위에 대한 탐욕을 드러낸 1황자의 계략으로 물거품이 되고 마는데요. 휘몰아치듯 갑작스러운 함정에 빠져 1황자와 혼인하게 된 ‘사비’와 그의 단짝 ‘유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그 선택의 대가로 무엇이 남게 될까요?
Q. 올해 11월부터 드디어 ‘상화담’을 세상에 선보이셨어요. 작품이 처음 리디에 공개되었을 때 소감이 궁금해요.
‘저건 그냥 저거고 내 일은 원고뿐이다….’
기분이 이상하고, 올라온 걸 제 눈으로 확인 못 하겠고, 완결까지 어떡하지 싶어 아득하고… 그래서 일단 보지 말고 “일이나 하자”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상화담’의 연재를 준비하면서도 개인적인, 구체적인 기대 같은 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다만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니 그걸 책임질 수 있는 작업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살짝 있었고요. “이게 정말 재밌나? 재미없지 않나?”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만들었는데, 이건 창작을 하는 한 근본적인 굴레라고 생각해요.
Q. 공모전을 준비할 때부터 작가님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무엇이었나요?
무조건 마감! 안정적인 마감! 만일 주간 연재를 하게 될 시에도 지속 가능한 선에서, 공모전 전체 제출 분량의 연출·작화·대사의 퀄리티를 안정적으로 맞추면서 시간 내에 완성하는 게 제일 중요했습니다.
Q. 실제 연재 분량을 작업하시면서 연출·작화·대사 등 여러 요소 중에서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요?
웹툰 속 여러 요소의 합에서 나오는 인상이에요. 대사, 그림, 연출 같은 여러 요소를 각각 볼 땐 너무 좋아도 합쳐 놓으면 따로 노는 경우가 있잖아요. 어떤 요소는 조금 조촐하고 소박하다고 느낄 수는 있어도, 그걸 다 모았을 때 하나로 묶이는 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텍스트 기반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 비주얼보다는 서사, 대사, 내레이션과 같은 텍스트에 신경을 많이 기울이는 편입니다.
Q. 웹소설 연재도 하고 계신데, 웹툰과 웹소설의 글쓰기는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가장 다른 점은 ‘함축’일 것 같아요. 제 만화는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을 했음에도 절대적인 텍스트의 양이 많은 편이에요. 독자님들이 읽으면서 체하지 않게 솎아내고 함축해요. 읽을 게 너무 많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게 과제인 거죠.
내용을 최대한 그림에 담고, 글이 없으면 안 되는 부분만 내레이션으로 남겨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대사가 남는데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대사로 옮기면 텍스트의 양이 더 많거든요. 만화에 올렸을 때 어색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덜어내고 다듬어요.
수상 비결은
섬세한 고민
Q. 처음 ‘상화담’을 기획할 때부터 웹툰 공모전 출품을 염두에 두셨어요?
그렇진 않아요. 당시 기획하던 장편 연재물 중 공모전에 적합한 게 있어 출품했습니다. ‘뭔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획을 골랐어요. 장르성 명확하고 스케일 있고, 초반이 평이하기보다는 휘몰아치는 기획으로.
그래서 마감이 혹독했던 기억이 나네요. 제출 분량의 최소 기준은 원고 2화분이었는데, 프롤로그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실상 2.7화분을 준비했어요. 판타지가 가미된 동양풍 작품이라 스케일을 크게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Q. 공모전 제출 분량 내에 ‘뭔가 보여주기 위해’ 특히 고심하신 부분이 있다면요.
사람들이 재밌어하는 건 완전히 낯선 것도, 너무 상투적인 것도 아니잖아요.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는 익숙하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만큼 새롭도록 작품의 첫인상을 줘야 하는데요.
1화부터 특별한 내용을 보여주기는 좀 어려워요. 당연히 극 초반이니까 정보량이 많이 풀릴 수가 없잖아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보여줘야 되는 부분이고요. 그래서 저는 독특하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특유의 분위기, 콘셉트, 큰 스케일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걸 프롤로그에 집약해서 넣자는 생각이었고요.
용과 관련한 건국 설화, 그걸 전달하는 아이들의 대화는 판타지물에서 으레 나오는 친숙한 요소지만 표현 방법을 낯설게 가져갔어요. 대개 로판이라고 하면 내용적인 문법 뿐만 아니라 작화를 포함한 외형적 문법도 있죠. 세밀한 묘사를 꽉 채워넣은 배경, 반짝반짝한 꾸밈 효과 같은 것들이요. 대신 수묵화 풍으로 상징적인 그림을 그려 넣고, 너무 디테일하게 묘사하기보다는 조금씩 숨겼고요.
그 안에서 두 주인공의 변화하는 관계성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오랜 소꿉친구 관계에서 여러 사건을 겪으며 관계와 감정이 변질된다는걸요. 표정 묘사는 최대한 생략하고 분위기로만 이 관계의 흐름을 전달하려고 했어요.
심사위원 분들이 제일 처음 제 만화를 보셨을 때, 이 두 인물은 누구고,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하고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까 했어요.
이야기를
만들기 전에 세계를
Q. 로판 중에서도 흔치 않은 동양풍 배경의 이야기를 공모전 출품작으로 선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서양풍이고 동양풍이고 시대물이기만 하면 다 좋아하는 강경 시대물파(😊)지만, 서양풍 작품은 이미 많고, 장르 도식과 문법이 형성된 상태라고도 생각했어요. 반대로 동양 배경이 여러모로 더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생각했고요.
차별화를 꾀했다기보다는,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하고 확고하게 하자는 쪽에 가까워요. ‘로판’이라는 장르의 클리셰나 문법을 의식하고 변주하기보다는 드라마, 군상극, 관계성, 인물과 배경과 전개 자체의 ‘그럴듯함’, 여자 이야기 등 하고 싶은 걸 최선을 다해 잘 엮어서 제 작품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Q. 공모전 출품이나 웹툰 연재라는 상황에서 ‘좋아하는 것’을 다룬다는 게 용기있는 고집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제가 다루는 소재가 항상 트렌드에 딱 맞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어떻게든 트렌드에 최소한 발맞춰 갈 수 있도록 조정해 가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걸 다루는 대신 최대한 열심히, 좋은 퀄리티로 만들어 내 보이는 거죠.
이를테면 ‘군상극’도 그래요. 메인 인물에게 집중된 서사만 내어 주는 게 재미에는 최적화된 방식일 수 있어요. 반대로 군상극은 등장인물이 많아서 사실 잘 먹히기는 어렵고요. 하지만 저는 항상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를 좋아했어요.
조형된 이야기라는 인상을 주기보다는 실재할 법한 세상을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인물이 많아질수록 여러 관점이 생기잖아요. 상반된 입장이나 관점끼리 부딪히면서 나오는 관계성이 있고요. 단순한 갈등 전개를 위해 기능적으로만 작동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인물들이 생생하게 부딪히는 모습 속에서 행동이나 대사를 통해 인물의 입장과 심리를 자연스럽게 헤아릴 수 있도록 표현해내려 해요.
Q. 단지 좋아한다고 해서 다양한 인물의 관점을 표현해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작가님의 창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야기의 구조는 완고하게 짜놓고, 디테일을 즉흥적으로 붙이는 편이에요. 인물, 배경 설정은 언제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기록해 두었다가 활용하는 편이라 본의 아니게 디테일해지기도 합니다. 작품에 나오지 않을 법한 인물의 설정까지 만들기도 해요. 가령 주변 인물인 황자들의 상세한 프로필을 설정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작품에 나오지 않아도 그걸 바탕으로 그릴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요.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 아라키 히로히코 작가님은 캐릭터 테이블이 따로 있다고 하더라고요. 성격, 혈액형, 좋아하는 것, 트라우마, 이상형 같이 사소한 것까지 적은 표가요. 반대로 작품에 필요한 것 외엔 설정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작가님도 계세요.
저는 굳이 따지자면 설정하는 쪽에 가깝고, 제가 그걸 떠올리는 걸 멈추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인물을 작품에서 아주 잠깐 보여준다고 해도 독자분들이 읽었을 때 ‘있을 법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주기 좋다고 생각해요.
작품은 커다란 세계에서 특정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렌즈를 갖다 댄 거라고 생각해요. 이야기가 있기 이전에 세계가 있어야 렌즈를 갖다 댈 수 있죠. 인물이 세계 속에서 핍진성을 가지려면 사회적 위치와 관계로 인해서 나오게 되는 설정이 있어요. 꼭 필요한 인물의 설정을 짜다 보면, 관계를 맺는 다른 인물의 설정도 생겨요. 오로지 하나의 대화를 위해서 존재하는 인물이라도 자연스러운 행동이 나오려면 그 인물을 제가 알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목적하지 않아도 프로필을 정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창작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아주 외돌아진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묘하게 대중적인 취향은 아니라 기본적으로 항상 설득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요. 먹는 걸로 비유하자면, 떡볶이는 어지간해서는 다들 아는 맛이니까 큰 거부감이나 망설임 없이 먹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싸 들고 다니면서 일단 먹여야 해요. 대신 고집이 있으면 고집에 대한 책임은 져야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거면 최소한 재미있게 읽힐 수 있게끔 다듬고 만들어서 보여줘야 해요.
그 맥락에서 리디북스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을 수용해 주는 플랫폼이에요. 현재 ‘요정의 유산‘이라는 웹소설도 ‘리다무'(리디 기다리면 무료) 연재 중인데요. 출판사에서 연재 심사를 넣었을 때 사실 기대도 안 하고 있었어요. 자유 연재 사이트에서 연재했을 때 ‘선작'(관심작품 등록) 수가 낮은 편이라 어딘가에 연재물로 심사를 넣어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리디에서 연재 심사를 통과했어요.
웹툰 ‘상화담’의 경우도 마찬가지에요. 뽑히고 나서 공모전 당선작을 보니 굉장히 다양성 있는 작품들이 모였더라고요. 그중에서도 ‘상화담’이 독립적인 인상이 강렬하고 큰 스케일의 작품이기 때문에 대상으로 올려주셨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순진하지도
냉소하지도 않는
Q. 웹툰 작가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세요?
기억되고, 다시 읽고 싶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요.
콘텐츠 범람 시대이고, 비교하기 시작하면 제 것보다 재미있는 걸 만드는 창작자도 무수히 많을 거예요. 그래서 절대적인 완성도나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목표보다는, 제가 잘 다룰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좋은 상태로 보여주고자 합니다.
나이브하지도 냉소적이지도 않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부당한 것을 직시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말하는 이야기를요. 다른 작품과 비교되기보다는 대체 불가능한 작품으로 남길 바라요.
Q. 독자에게 ‘상화담’은 어떤 작품으로 다가갔으면 하세요?
일단 재미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폭력적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상처 주는 것이 나온다고 해서 폭력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보다는 문제나 갈등을 그저 효율적이고 간단하게 해결해 버리는 방식이 속은 시원할 수는 있어도 폭력적일 때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진짜 사람의 일은 그렇게 되지 않으니까요. 명확한 재미만을 주겠다고 이야기 속 세부적인 것들을 생략하는 대신, 그런 점에서 폭력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고자 해요.
그래서 인류애를 충전하고 싶을 때 다시 읽고 싶은 만화로 남았으면 합니다. 제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할 테니 부디 즐겁게 읽어주세요.
난로 작가님은 인터뷰 내내 망설임 한번 없이 답변을 이어나갔습니다. 매일 매 순간 창작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음을 증명하듯이요. 웹툰 ‘상화담’ 속 절묘한 여백 안에 오랫동안 쌓아 온 고민과 시간이 담겨있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창작자가 자신만의 작품을 빚어내는 중일 거예요. 어절과 어절 사이, 컷과 컷 사이마다 수많은 고민과 좌절을 거듭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력하는 모두가 좋은 결실을 맺을 거란 순진한 기약을 할 수는 없지만, 오늘의 인터뷰가 각자에게 필요했던 작은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라 희망해 봅니다.
더 많은 창작자가 자신만의 마스터피스를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멋진 무대가 될 수 있도록, 리디 역시 앞으로도 쭉 성장하겠습니다!
고객과 발맞춰 새로운 콘텐츠 경험을 선보이는
리디와 함께할 당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