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웹툰·웹소설 산업은 어느 때보다 꽃피고 있습니다. 웹소설이 영화가 되고 웹툰이 단행본이 되는가 하면, 드라마가 웹툰이 되기도 하고 소설이 애니메이션이 되기도 합니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변모하는 스토리 콘텐츠는 글로벌 플랫폼에 올라타 국경도 넘나듭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이야기의 힘을 실감하게 되죠.
원천 콘텐츠로서 부쩍 활기를 띠는 웹툰·웹소설을 출판 업계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올해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연간 발행하는 ‘출판시장 통계 연구보고서’에 리디를 비롯한 웹소설·웹툰 플랫폼 기업을 포함했는데요. 출판계와 디지털 콘텐츠 업계가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시점임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웹툰·웹소설을 귀빈으로 등장 시켜 최근의 흐름을 반영했습니다. 도서전에 입성한 디지털 콘텐츠를 출판계는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웹콘텐츠와 출판물이 교차하는 지점부터 웹툰·웹소설의 방향성, 그리고 건강한 비즈니스 생태계에 대한 고민까지 도서전에서 마주한 콘텐츠 산업의 현재를 전합니다.
‘최애’ 웹툰 만나러 도서전 찾은 사람들
2021 서울국제도서전은 과거 행사와 자못 다른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웹툰·웹소설의 산업 연대기로 방문객을 맞이했거든요. 2000년대 인터넷의 발전과 웹문학의 출현, 그리고 최근 몇 년 간 플랫폼 기업의 글로벌 성장에 이르기까지 고유의 맥락을 구축하며 자리매김한 산업의 자취를 보여주었습니다. 웹툰과 웹소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하며 출판계와 독립된 입지를 갖추었습니다.
특히 웹툰을 친숙하게 즐기는 독자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는데요. 누군가는 웹툰 ‘정년이’의 굿즈 티셔츠를 입고 왔고, 누군가는 좋아하는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습니다. 웹툰 작가의 인터뷰에 포스트잇으로 응원 메시지를 남기는 독자들도 많았죠. 더 이상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웹툰을 좋아하는 사람이 자로 잰 듯 반듯하게 구분되지 않음을 상기시키는 풍경이었습니다. 도서전은 웹콘텐츠가 출판계와 만나 발휘할 잠재력을 충분히 머금고 있었습니다.
종이책이 웹툰을 대하는 방식
책을 빚는 출판사들 역시 웹툰과 적극적으로 마찰하며 독자의 변화에 화답하고 있습니다. 두툼한 단행본으로 출간된 웹툰과 인스타툰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모바일 스크린으로 휙휙 넘기는 웹툰과 고전적 종이 만화책의 뉘앙스를 동시에 풍겼습니다. 독자를 대면하는 방식은 어떨까요?
데이터 태생의 웹툰은 출판편집자의 재해석을 거쳐 만화책에 담깁니다. 단행본 판형에 맞도록 스크롤 형식의 그림을 재편집하고, 말칸과 효과음도 출판용으로 수정해야 하거든요. 책 표지와 띠지 디자인, 인쇄 상태까지 작품에 개입하는 영역이 훨씬 다양하고 복잡해집니다. 그렇게 모바일 화면을 뚫고 나온 웹툰은 서점이라는 낯선 무대에서 새로운 관객을 조우합니다.
웹 화면으로 보는 만화는 빠른 리듬을 갖고있고, 댓글로 교류하는 독자들에게 풍부한 감상의 폭을 제공합니다. 종이책에 담긴 만화는 댓글이 부재하는 대신 개별적인 감상 영역을 확보하고, 느리고 지속적인 감상을 허용하죠. 독자에게 가닿을 방법을 고민하는 치열함 끝에 콘텐츠 형식도 새롭게 진화하는데요. 꾸준히 작품을 발굴하고 변주하는 리디의 시도 역시 동일선상에 있습니다.
웹소설 독자 파헤치기
바야흐로 ‘웹소설 전성시대’입니다. 유명 웹소설 작가들의 고수익 모델이 화제를 모으면서 전업 집필을 고려하는 일반인도 늘어납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웹소설은 독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역동적인 장르인데요. 도서전은 독자를 조명하는 강연을 통해 웹소설의 현주소와 방향성을 유추하고자 했습니다.
먼저, 웹소설 독자는 작가와 매우 밀접합니다. 이는 웹소설 1차 플랫폼의 성격에 기인하는데요. 누구에게나 자유로운 연재가 열려있는 커뮤니티 게시판 형태입니다. 작가가 직접 게시판을 운영하며 댓글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기에, 작가와 독자의 쌍방향 소통이 극적으로 확대됩니다. 따라서 독자의 발언권이 세고, 독자의 요구가 작품에 반영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일부 독자는 웹소설의 장르 문법을 적극적으로 형성하며 비평가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웹소설 독자의 범위는 급격하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전통적 작가들이 문학이라는 공통분모로 웹소설의 영역에 유입되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웹소설의 OSMU 활용도가 높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영화・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들도 특강을 들어가며 웹소설을 읽고 공부합니다. 스토리만 있다면 가장 적게 가공해 완성할 수 있는 1인 콘텐츠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웹소설 독자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괄합니다. 문학을 웹소설로 처음 접한 세대부터 문예창작과 출신 등단 작가까지도요. 폭넓은 독자층과 함께 웹소설의 외연은 계속 변모할 것으로 보입니다.
건강한 웹툰·웹소설 생태계를 만드는 플랫폼
좋은 작품이 세상에 나와 빛을 보려면 반드시 창구가 필요할 텐데요. 역시나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도서전은 강연을 통해 웹툰 플랫폼의 다양성에 대한 논의의 장을 열었습니다. 비활성 장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작 지원은 물론 그 작품을 선보일 공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오갔는데요. 이는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웹툰 플랫폼, 특히 중소형 플랫폼의 활약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대안적 웹툰 플랫폼의 예시도 언급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어린이, 노년층, 개신교 신자 등 특정 독자에 특화된 웹툰 플랫폼, SF 등 특정 웹툰 장르에 전문성이 있는 플랫폼, 그리고 웹툰 리뷰와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정보성 플랫폼의 가능성이 제시되었어요.
콘텐츠 플랫폼 리디의 힘찬 동행
2021 서울국제도서전은 디지털 콘텐츠 업계와 출판계 간 상생의 씨앗을 품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물을 주고 햇빛을 비추는 것은 창작자와 독자, 플랫폼을 비롯한 업계 구성원들의 몫이겠죠.
리디는 건강한 콘텐츠 생태계를 만드는 일원으로서 이를 직시하고, 지금처럼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본분에 충실할 것입니다. 웹툰·웹소설의 활기가 지속가능하려면 다양한 콘텐츠의 선순환이 필요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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